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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美 Z세대도 반전 시위… “미성년자는 물리적 진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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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가에서 벌어진 반전 시위가 고등학교로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8일(현지 시간) 일부 지역의 초중고 공립학교 관계자들이 하원이 개최한 ‘반유대주의 청문회’에 출석했다. 지난달 같은 청문회에서 미노슈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 “학생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과 대조적으로 공립학교 관계자들은 “학생 시위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10대 미성년자를 대학생처럼 체포하거나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엘리스 스터파닉 공화당 하원의원이 데이비드 뱅크스 뉴욕시 교육감에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징계할 것이냐”고 묻자, 뱅크스 교육감은 “(시위에 문제가 있을 순 있으나) 학생 시위를 막는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샤피크 총장은 비슷한 질문에 “학생들이 대학 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했던 것과 다르다. 또한 뱅크스 교육감은 “브루클린 고등학교에서 반유대주의 구호가 등장했다는 스터파닉 의원의 주장은 조사 결과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동아일보

데이비드 뱅크스 미국 뉴욕시 교육감이 8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대학 초중고 공립학교 내 반유대주의 논란과 관련해 열린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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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표 슬로건인 ‘강에서 바다까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에니키아 모르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교육감은 “이 문구가 유대인 학살을 주장하는데 사용된다면 반유대주의적일 수 있으나, 단순히 여러 관점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라면 교육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어디서든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슬로건이다. 샤피크 총장은 지난달 같은 질문에 대해 “위험하다”고 답했다.

‘반유대주의에 관한 교육자 및 학생들을 왜 징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뱅크스 교육감은 “중동전쟁 이후 최소 30명의 학생들을 정학시키고, 12명의 교직원들을 해임 및 징계했다”고 답했다. 또 “나는 반유대주의 뿐 아니라 이슬람 혐오 등 모든 혐오에 반대한다. 이에 대한 진정한 해독제는 ‘교육’이지만 의회가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되레 의회를 비판했다.

다만 공립학교 관계자와 사립대 총장들의 입장이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존재한다. 이날 청문회에 불려온 교육 관계자들 모두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시에 소속돼 있다. 교육감은 4년 임기도 보장된다. NYT는 “게다가 이들은 부모, 교사, 학생들의 비판에 답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사립대는 정부 지원금 및 유대계 부호들의 기부금을 받기 때문에 학교 관계자들이 기부자의 의사를 무시하기 어렵다.

이에 원하는 답변이 정해져 있는 ‘답정너’식 청문회를 열고 있는 하원 다수당 공화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아이린 멀비 미 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런 청문회는 ‘매카시즘 2.0’이라고 주장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8일 중동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미 전역의 고등학교에서도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8세 미만 고등학생들이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리건주 살렘, 텍사스주 오스틴 등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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