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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강구도 회사도 잘 굴러갑니다”…세상을 움직이는 ‘강소기업’ 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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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원 박운규·김상태 대표
다올PE와 손잡고 글로벌 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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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규 대표(좌)와 김상태 대표 [사진제공=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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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이름도 생소한 ‘강구’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활약하면서 세상을 굴러가게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제품이다.

강구는 쇠로 만든 구슬이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선풍기 모두 베어링과 강구가 있기에 움직일 수 있다. 심지어 볼펜에도 아주 작은 강구가 있다. 강구가 잉크를 묻히며 굴러가야 글씨가 써진다.

강구는 차량과 산업용 제조설비 등 회전운동이 필요한 제품군에 사용되는 볼 베어링의 필수부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볼 베어링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구 시장도 덩달아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강구 시장 점유율 1위는 박원이다. 1973년 설립돼 52년의 업력을 갖췄다. 충북 제천, 중국 칭다오, 베트남 호지민에 생산 시설을 뒀다.

현재 자동차, 산업기계, 건설기계, 풍력발전 등 모든 종류의 기계에 사용되는 강구를 생산하고 있다.

박원의 사령탑은 2명이다. 박운규 대표와 김상태 대표가 협업해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박 대표는 창업자인 박종달 회장의 아들이다. 금융사에서 근무한 뒤 박원에 입사해 20년 근무했다. 김 대표는 국내 1세대 강구 엔지니어로 40년간 강구 제조업에 종사했다.

지난 3일 충북 제천 본사에서 두 대표에게 회사 경쟁력과 글로벌시장 공략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원이 생산하는 강구의 장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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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 웹사이트 [사진출처=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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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대표> 강구는 기본적으로 쇠로 만든 구슬이다. 구슬이기 때문에 얼마나 완벽한 구체를 띄고 있느냐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

동그랗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표면이 매끄럽고 수명도 긴 완벽한 동그라미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생산 난이도가 매우 높다.

박원이 생산하는 강구는 수백나노 단위의 정밀도를 갖췄다. 현존하는 금속가공 기술이 낼 수 있는 ‘정밀도의 끝판왕’인 셈이다.

<박운규 대표> 강구는 국제 표준 규격 하에서 크기, 등급, 소재 등을 기준으로 스펙이 결정된다.

박원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베어링 회사들의 높은 요구 수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셰플러, SKF 등 국내외 글로벌 리딩 회사들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크롬강,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고품질·고정밀 강구 제조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회사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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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규 대표 [사진제공=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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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박원은 생산설비 자체 제작, 후공정 자동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규격·소재를 사용하는 생산능력도 향상시켰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30% 이상이다.

지난해 본격 가동에 들어간 베트남 법인을 통해 유럽, 북미, 남미 등 신규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김 대표> 친환경 에너지 트렌드에 따라 신규 먹거리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양산 예정에 있는 세라믹볼은 스틸볼(강철), 스테인리스볼, 알루미늄볼과 달리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다.

현재 일본 업체가 정밀 세라믹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세라믹볼 양산 체계를 갖춘 업체는 박원이 유일하다.

전기차 산업의 핵심 소재인 세라믹 강구 국산화에 성공하면 회사의 미래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기차 시대는 강구에 악재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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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이 생산하는 강구 [사진출처=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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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내연기관 차량에 필요한 베어링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덩달아 강구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

위기가 될 수 있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전기차용 수요가 창출된 것은 물론 도심항공 모빌리티와 같은 새로운 시장도 형성되기 때문이다. 박원이 올해 안으로 양산 예정인 세라믹볼은 전기차(EV) 베어링 부품으로 적합하다.

<김 대표>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도심항공 모빌리티에 필요한 베어링은 다르다. 전기모터를 주동력으로 하는 전기차의 경우 전식(전기부식)을 막기 위해서는 절연이 필요하다. 이때 하이브리드 베어링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베어링에는 일반 강구가 아니라 절연체 세라믹으로 만든 구을 쓴다. 세라믹 소재는 가격이 비싼데다 경도가 매우 높아서 가공하기 쉽지 않다. 박원은 유럽 소재 글로벌 베어링 회사에서 세라믹구 가공기술에 대한 승인을 받은 상태다.

◆글로벌 프리미엄 강구시장 공략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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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대표 [사진제공=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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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글로벌 프리미엄 강구 시장의 주도권은 일본에 있다. 일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자동차용 정밀 강구 시장에서는 일본 기업 3~4곳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이 회사들은 북미, 아시아, 유럽 등 전세계 대부분의 대륙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다. 박원은 이들 일본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전자산업과 기계산업의 비중이 큰 국가다. 전자산업의 쌀이 반도체라면, 기계산업의 쌀은 강구다.

정밀 강구의 국산화에 성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양산해야 한국 산업의 기초가 튼튼해진다.

◆다올PE 투자를 받게 됐는데, 그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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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 생산 제품 [사진출처=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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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박원은 다올프라이빗에쿼티(다올PE)의 투자를 받기 전에도 국내 유수의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해외 진출을 위해 투자를 일부 유치했다.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더욱 큰 규모로 다올PE의 투자를 최근 유치했다.

다올PE는 강소기업 투자에 특화된 곳이다. 유관 업종 투자 경험이 많은데다 업계 네트워크도 보유한 최적의 재무적 파트너다.

투자 유치 직후부터 회사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다올 PE는 회사의 성장에 따른 신규 생산시설 증설, 안정적인 제품 공급, 품질 개선을 위한 신규 테스트 설비 확충, 세라믹 강구 양산을 위한 신규 투자 집행 등을 통해 박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박원은 2023년 기준으로 매출액 약484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했다. 5년 안에 1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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