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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용돈선물·외국산에 치여 설 곳 잃은 카네이션···대목에도 울상인 꽃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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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서울 중구 남대문 꿏도매상가에서 시민들이 카네이션 바구니를 구경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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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꽃집에서 파는 것보다 배는(절반은) 싸요! 1만5000원밖에 안 한다니까.”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후 12시30분 서울 남대문 꽃도매상가에서 만난 상인 최모씨는 손님들에게 연신 말을 붙이고 있었다. 최씨 가게 매대에는 큼직한 카네이션 5~6송이가 꽂힌 꽃바구니들이 가득했다. 손님 대여섯 명 정도가 지나갔지만 다들 “둘러보고 올게요”라는 말만 남길 뿐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카네이션을 구경하러 왔던 인근 직장인들이 사라지자 상가는 더 썰렁해졌다.

이곳에서 40년간 꽃 장사를 해 온 최씨는 “어버이날 대목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며 “전부 뜨내기 손님들 뿐이라 지나다니는 이들 중에 꽃을 사 가는 사람은 1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씨를 비롯한 상인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20~30%는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원래 같으면 이렇게 말하고 있을 틈도 없이 바빠야 할 때”라며 “단체주문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까지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꽃바구니 예약을 100개씩 받던 꽃집들이 올해는 주문을 30개씩 정도 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이 일주일 간격으로 있는 5월은 화훼업계에서 대표적 대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5월의 카네이션 특수’는 예년 같지 않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인해 어버이날 선물로 생화 카네이션 대신 용돈 같은 실용성이 높은 선물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 1일 노동자의날부터 어린이날까지 ‘황금연휴’가 이어진 영향도 있다. 연휴 기간 외출이나 여행에 지출이 컸던 탓에 생화 선물에는 지갑을 잘 열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날 직장동료와 꽃시장을 둘러볼 겸 왔다는 직장인 김모씨(34)는 결국 빈손으로 돌아섰다. 김씨는 “이미 지난 주말에 부모님과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해서 큰 꽃바구니를 따로 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며 “꽃다발 크기가 작으면 모양이 나지 않아서 차라리 카네이션 모양 케이크를 살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꽃바구니를 구경하던 오모씨(63)도 “5만원 정도라면 어머니께 드릴 꽃바구니를 사볼까 했는데 8만원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훨씬 비싸서 안 집게 된다”며 “꽃은 구경만 하고 그 돈으로 밥 한 끼 사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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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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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을 재배하는 농가들도 대목 특수를 못 누리긴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거래된 국산 절화(자른 꽃) 카네이션은 4만4706속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거래된 7만2782속보다 39% 감소한 수치다.

농가들은 난방비 상승과 불규칙한 날씨, 수입품 증가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남 김해에서 27년간 카네이션을 재배해 온 B씨는 “올해 일조가 안 좋아서 꽃들이 늦게 폈는데 대목이 지나면 카네이션을 찾는 이가 없을 테니 걱정”이라며 “지난해보다 난방비도 20% 정도 올라 인건비와 난방비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B씨 주변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하던 농가는 50곳이었지만 차차 줄어들어 올해는 20여 곳에 불과하다. B씨는 “수입산만 안 들어와도 괜찮을 텐데 중국산 카네이션이 많이 들어온다”며 “농가들이 카네이션 대신 블루베리나 산딸기 같은 다른 작물 재배로 대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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