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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르포]"전기차용 희토류 180일분 비축…광물 공급망 위기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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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광해광업공단 군산 비축기지

크롬·희토류 등 희소금속 14종

일반·특수 창고 4개동서 비축

무역갈등·공급망 위기 겪어

올해 예산 늘며 구매 확대

리튬 연내 30일치 확대 계획

전북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광해광업공단 군산 비축기지. 지난 2일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이중으로 된 특수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네오디뮴 등 희토류가 커다란 강철 드럼통 안에 담겨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네오디뮴은 전기차용 모터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원료로 우리나라는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네오디뮴은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180일가량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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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광해광업공단의 군산비축기지 특수창고에 희토류 등 희소광물이 보관돼 있다. 사진제공=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광해광업공단은 2011년부터 조달청에서 군산기지 부지와 건물을 임대해 핵심 광물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희소 광물 비축 일원화 계획에 따라 리튬, 코발트, 바나듐, 실리콘 등의 비축 업무도 맡게 됐다.

희소 금속이란 매장량이 적고 특정 지역에 편재돼 있으며 경제적으로 추출이 어려운 금속을 말한다. 정부는 35종 56개 원소를 희소 금속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 중 현재 19종 28개 품목을 비축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20종 35개 품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광해광업공단 군산 비축기지는 일반 창고 2개 동과 특수 창고 2개 동에 희소 금속 14종을 보관하고 있다. 크롬, 몰디브덴, 니오븀, 코발트, 티타늄 등 8종은 일반 창고에 희토류, 갈륨, 셀레늄, 안티모니 등 6종은 특수 창고에 저장한다. 광물 공급망에 위기가 발생하면 이곳에 있는 광물들을 민간 수요 기업에 대여(현물 반환 조건)하거나 방출(현금 매매)하는 식으로 지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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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광해광업공단 군산비축기지 일반창고에 보관중인 마그네슘괴의 모습. 사진제공=한국광해광업공단


일반 창고에 들어서자 톤백(ton bag·1t 용량의 대형 자루)에 담겨 쌓여 있는 크롬이 한눈에 들어왔다. 크롬은 이곳에서 가장 많이 보관 중인 광물이다. 그래봤자 47일 치에 불과하다. 크롬은 스테인리스 합금강, 특수강에 사용되며 우리 철강 산업에 없어선 안 되는 핵심 광물이다.

마그네슘 잉곳(ingot·금속 괴)도 이곳에 있다. 마그네슘은 2021년 중국이 생산을 통제하며 공급 부족 사태를 겪었던 광물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알루미늄과 섞어 강도를 높이는 데 많이 사용된다. 광해광업공단은 이듬해인 2022년부터 마그네슘을 비축하기 시작해 현재 52일 치를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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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창고 내부에 톤백에 담겨 보관중인 희소 광물. 사진제공=한국광해광업공단


미국·중국 간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위기를 겪으며 핵심 광물 비축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핵심 광물 의존도가 높아 지정학적 위기에 특히 취약하다. 이에 비해 비축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광해광업공단이 비축하고 있는 희소 광물은 지난해 말 기준 평균 52일 치에 불과하다.

다행히 올해 예산이 크게 늘어 비축량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희소 금속 비축 예산은 2022년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487억9100만원, 2023년 372억3200만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2517억6100만원으로 무려 577% 늘었다.

이 중 신규 구매 예산은 2022억5300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716% 증가했다. 정부는 2031년까지 품목에 따라 100~180일 치의 핵심 광물을 비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1조1141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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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광해광업공단 군산비축기지 특수창고의 모습. 방폭내진 설계로 지어졌다. 사진제공=한국광해광업공단


광해광업공단은 올해 늘어난 예산을 리튬, 갈륨, 희토류 구매에 주로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조달청이 보관하고 있는 리튬의 양은 5.8일 치에 불과하다.

광해광업공단 정남식 비축총괄팀장은 "현재 입찰을 통해 리튬을 구매하고 있으며 올해 내 30일 치를 비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 수산화리튬은 약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수출을 통제했던 갈륨은 현재 40일 치에서 연내 100일 치로 비축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핵심 광물 비축량을 수용하기 위해 새만금에 국가핵심광물 비축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광해광업공단은 지난 3월 한국농어촌공사와 새만금 산업단지 용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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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핵심광물비축기지가 들어설 새만금 산업단지 일대의 모습. 2025.5.2. 사진=강희종기자


광해광업공단은 올해 하반기 기지 설계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착공할 계획이다. 정남식 팀장은 "신규 비축기지는 2026년 말 준공할 예정이지만 2025년 말 일부 창고를 우선 준공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규 비축기지는 17만9000㎡ 부지에 연면적 11만1697㎡의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지는 현재 군산 비축기지의 1.3배, 건물은 3.3배에 달한다. 새 핵심 광물 비축기지가 완공되면 광물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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