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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윤 대통령 ‘정상적 기자회견’ 할까…예상 질문과 답변 [5월7일 뉴스뷰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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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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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오늘(5.7) 아침신문 1면에 가장 많이 나온 뉴스는 △윤 대통령 9일(목) 기자회견 실시(5곳)입니다. 또 △국회의원 막판 외유성 해외출장(2곳)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대통령 기자회견



② 시선, 클릭!
- 외식물가 겁난다
- 체감경기 양극화, 왜?
- 전세난 & 50억 아파트 거래 늘어
- 백기완 기념관 개관



③ Now and Then : 이 세상 어딘가에(조경옥 송창식, 1990)



① 차이의 발견



# 윤 대통령 기자회견



1. 1년9개월만의 기자회견



-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지금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취임 2년째인 2023년에는 기자회견이 없었습니다.



-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부터 매년 초에 ‘연두 기자회견’을 연 것을 시작으로, 이후 거의 매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발소 팔걸이에 얹어놓은 아이들용 나무판 위에 올라앉아 머리를 깎으면서 TV 생방송되던 박정희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처음 본 기억이 납니다. ‘연두’가 무슨 뜻인지 몰라, ‘연두색과 대통령이 무슨 관계가 있지’라고 궁금해 했습니다. 그때 ‘쌀값 인상’에 대한 질문을 받은 박 대통령이 농림부 장관에게 ‘요즘 쌀 한가마니에 얼마냐’고 물었으나 장관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직전 농림부 장관이었다는 내무부 장관에게 묻는 장면이 어슴프레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때 ‘질문 시나리오’가 있었는진 모르겠으나, 박 대통령 답변은 아주 자연스럽고 여유로웠습니다. 나중에 커서 누군가에게 이 얘기를 하니, ‘대통령 18년쯤 하면, 누구나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많이 샜으나, ‘대통령이 기자회견 한다’는 예고 기사가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나라에서 언제쯤 탈피할 수 있을까요.



- ‘연두 기자회견’은 전두환 대통령 때 ‘신년 연설’로 바뀝니다. 이후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1989년에 ‘연두 기자회견’이 다시 열립니다. 이후 계속 이어져오던 ‘신년 기자회견’은 이명박 대통령 때 ‘신년 국정연설’로 대체됐고,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부활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중단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때입니다. ‘기자회견’을 ‘연설’로 바꾼 대통령은 전두환-이명박-윤석열 3명입니다.



2. 기자회견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1) 김건희 여사



- 그동안 기자회견을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김건희 여사’ 관련 사항 답변이 정리가 안 됐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3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관련 의혹 수사를 지시하면서 이 사항에 대해 윤 대통령이 답변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으므로, 그 결과를 지켜보자”



-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질문도 나올 것입니다. 야당은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 재추진 의사를 밝힌만큼, 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받게 됩니다. 예상되는 대통령 답변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특검을 시도하는 건 정치적 공격용’입니다.



- 또 특검 수용 여부가 아니라, ‘명품백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느냐’(예상답변:보도 나온 뒤에 알게 됐다), ‘명품백이 대통령실 창고에 언제 입고됐느냐, 보도 전이냐 후냐, 그리고 관련 기록은 있느냐’(예상답변:그런 자세한 내용까진 제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확인해서 이후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등의 질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 그리고 최근 김건희 여사 수사 지시와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김건희 여사 조사를 지시한 바 있나’(예상답변:검찰의 독립성을 누구보다 존중한다. 수사와 관련해 어떠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바 없다. 모든 건 검찰이 자체판단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수사에 성실히 응할 생각이다.), ‘먼저 나서서 ‘검찰 소환조사에 응할테니, 불러달라’고 요청할 생각은 없나’(예상답변:검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이러쿵저러쿵 미리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등의 질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2) 채 상병 특검



- ‘채 상병 특검’은 대통령에 대한 의혹입니다.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전화 건 적이 있느냐’, ‘국가안보실에 어떤 지시를 내렸느냐’ 등 구체적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관련과 달리, 본인에 대한 질문이므로 ‘모른다’고 답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답변이 얼마나 구체적일지 주목됩니다. 이는 수사 이후 ‘거짓말’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 특검에 대해선,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뒤에 판단하자’는 게 지금까지 대통령실의 일관된 논리였습니다. 야당에서는 이를 ‘시간끌기용’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특검 내용보다 ‘이종섭 전 장관을 왜 호주 대사로 임명했느냐, 도피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도 나올 것입니다. 예상답변은 ‘호주와의 국방 관련 협의와 중요성이 늘고 있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또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시, 출국정지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그 사실을 언제 보고 받았느냐, 임명 전에 인사검증에서 그 부분이 파악되지 않았느냐’ 등의 질문도 나올 수 있습니다.



3) 민생 등



- 경제 등에 대해선 낙관론을 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최근 반도체 경기 회복 및 1분기 성장률 상승 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지금 경제의 문제는 ‘양극화와 수출경기 위주’여서 내수·민간소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인데, 아마도 대통령은 전체 경제통계 수치를 나열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증세와 건전재정이라는 모순점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으나, ‘트리클 다운’(낙수효과)과 ‘건전재정’ 이야기로 답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의대 증원 문제, 국민연금 개혁 문제 등도 빠질 수 없겠으나, 지금까지 대통령이 국무회의 연설 등에서 한 발언과 얼마나 다른 내용을 언급할 지가 주목됩니다.



4) 외교·안보



- 시진핑 방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해결 등과 관련된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답변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5년 만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크게 내세우는 것으로 답변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5) 미디어



- 지난 3일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순위’가 62위였습니다. 15계단 추락해 기존의 ‘양호’에서 ‘문제 있음’ 국가로 추락했습니다. 대선 후보 검증 보도를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며 지난해 9월부터 서울지검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뉴스타파, JTBC,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엑트 등 언론사 사무실과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경찰은 지난해 5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 개인정보 유출 의혹 수사로 MBC 기자를 압수수색한 바 있습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연일 ‘김건희 여사’ 관련 내용에 대해 징계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불경죄’를 방지하려는 듯합니다. 이런 사안들을 대통령 본인이나 대통령실이 일일이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그 자리에 앉힌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만류하거나, 중단을 지시할 생각이 없느냐’(예상답변:각 수사기관 또는 민간심의기구에서 하는 일에 대해 대통령실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등의 질문도 예상됩니다.



3. 기자회견 형식



- 대통령실은 “가능한 모든 주제에 대해, 최대한 많은 질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에 얼마나 많은 질문과 답변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아마도 ‘예상시간을 넘긴’ 표현 등이 가능하게끔 기자회견 시간은 1시간을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의 답변이 구체적이되, 장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하나라도 더 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만.



- 지난번 100일 기자회견 때는 머리발언에 20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30분 가량 12개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머리발언과 기자회견이 거의 반반에 이른 것은 매우 기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출범 100일 밖에 안 됐는데, 그렇게 자화자찬할 게 많은 점도 이상하게 비춰졌습니다. 효과적이지 않은 방식이었습니다.



- 이번에는 “머리발언 없이 1시간 남짓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것”이라 했는데, 그 전에 미리 집무실에서 ‘지난 2년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와 정책 추진 상황, 남은 3년 국정 운영 계획을 담은 메시지’를 발표한다고 하니, 형식은 그때와 차이가 없습니다. 대통령 마음이 이해가 되긴 하지만, ‘집무실 메시지’는 최대한 줄이는 게 나을 듯합니다.



- 우리나라의 대통령 기자회견과 미국의 대통령 기자회견의 여러 가지 차이점 중에 하나가, ‘이어지는 질문’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기자들의 숫자가 미국에 비해 너무 많다는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질문 기회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주려고 하면, 단 하나의 질문만 해야 되고, 그러다보니 질문이 3~4개씩 한꺼번에 장황하게 쏟아내고, 대통령은 이를 뭉뚱그려 답하면, 의문이 그대로 남지만, 그냥 넘어가는 식입니다. 그리고 각 기자들은 자신들이 질문한 내용을 미리 준비하다보니, 앞선 질문과 전혀 다른 질문을 하는 식입니다. 미국 기자회견은 마이크를 쥐고 있다가, 대통령이 미진하게 답변하면 해당 기자가 곧바로 연이어 질문합니다. 형식이 이렇게 바뀌면 대통령의 답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질문권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 각 기자들이 양해해야 합니다. 질문이 목적이 아니고, 답변이 목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또하나는 박근혜 대통령 때부터 종종 그러했는데, 외신 기자들에게 너무 많은 질문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는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 100일 기자회견 때 질문 12개 중 외신기자 질문이 3개였습니다. 질문의 1/4을 외신기자가 차지하는 경우는 외국에선 거의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에게 질문권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손 들어도 지명이 안 됩니다. 대신 외신기자들은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해당국 내용을 얼마든지 질문할 수 있고, 답변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외신기자들은 별도로 대통령 기자회견을 갖든가, 아니면 외교부 기자회견의 폭을 넓히는 식으로 하는 방향으로 하고, 대통령 기자회견은 내신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외신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자주 주는 것은, 국내 문제를 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또 당시 100일 기자회견 때에 사회를 맡은 강인선 대변인이 외교통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들의 질문 비중은 10%를 넘어선 곤란하다고 봅니다.



4. 언론보도



- 각 언론들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다양한 주문을 쏟아냈습니다. 관련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겨레 = 대통령 기자회견, 국정기조 변화없는 자화자찬 안돼
경향 = 윤 대통령 회견, 국민 신뢰 회복할 마지막 기회다
한국 = 600일 만의 대통령 기자회견… 전향적 변화 보이길
조선 = 정상적 대통령 회견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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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선, 클릭!



# 외식물가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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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감경기 양극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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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5일까지 방송된 SBS 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3부작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습니다. 1970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김민기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 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직까지 못 보신 분이 계시면,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오늘 노래는 김민기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 중 ‘이 세상 어딘가에’(1978)입니다. 영창살이와 최전방 부대 군생활을 마치고, 간신히 서울대 미대 졸업장을 받았으나,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던 당시 김민기는 장난감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978년 여공들을 무자비하게 억압한 동일방직 노조탄압 사건이 일어난 직후, 김민기는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제작합니다. 녹음할 곳이 없어 전전긍긍 했는데, 70년대 초부터 함께 노래하며 알고 지내던 송창식이 자신의 집을 내어주어 그곳에 당시 대학 노래패들이 모여 몰래 녹음을 합니다.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는 각 대학가로 은밀하게 보급되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였던 송창식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 당한 뒤 가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고 자신의 녹음 스튜디오를 빌려준 것이라고 합니다. 김민기는 ‘공장의 불빛’ 이후엔 더 이상 공장에도 있을 수 없고, 비공식 활동도 할 수 없어 고향에 내려가 한동안 농사를 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노래극 ‘공장의 불빛’에 수록된 ‘이 세상 어딘가에’,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개’, ‘돈만 벌어라’ 등의 노래는 80년대 대학가 노래패 등에서 널리 불렸습니다.



이렇게 음지의 노래였던 ‘이 세상 어딘가에’는 민주화 이후, 1990년 한겨레신문사가 창간 2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겨레의 노래’를 찾는 일을 시작하면서, 양지로 나왔습니다. 당시 김민기가 겨레의노래 사업단 총감독을 맡아 6천여곡의 수집곡 중에서 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12곡을 수록한 공식 음반을 발매했는데, 음반의 마지막 노래가 ‘이 세상 어딘가에’였습니다. 그리고 이때는 노래를찾는사람들의 조경옥과 송창식이 듀엣으로 함께 불렀습니다.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출신인 조경옥의 남편은 메아리와 노찾사 동기인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입니다. 김민기가 주도한 이 ‘겨레의 노래’ 사업에는 서유석, 전인권, 조동익, 노영심, 허성욱, 장필순 등 수많은 음악인들이 함께 했고, 전국 7개 도시에서 22회의 순회공연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뒷것 김민기’ 3부작에는 김민기의 요즘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제작진이 여러번 간청했겠지만, 김민기가 거절했을 겁니다. 그러나 김민기는 이전에 왕왕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하며 자신을 노출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학전에 올리는 연극의 홍보가 필요할 때, 기꺼이 인터뷰에 나서곤 했습니다. 오래 전 1997년 7월3일, 대학로에서 ‘지하철 1호선’ 다음 작품인 청소년극 ‘모스키토’를 무대에 올렸을 때, 김민기를 인터뷰한 적 있습니다. 연극이 끝난 뒤, 비닐봉지에 막걸리 3통을 넣어 바로 앞 카페에 들어가더니 예의 그 나즈막한 목소리로 질문에 답하던 시간들이 아스라히 기억됩니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줄 몰랐습니다. 옛 기사를 뒤져보니, 조악한 질문에 낯이 뜨겁습니다만, 27년 전 40대의 김민기는 어떤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더듬어 보실 수 있을 듯합니다.





인터뷰/ 김민기 ‘모스키토’ 예술감독



연극이 끝난 뒤 대학로 한켠 카페에서 ‘모스키토’ 예술감독이자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46)씨를 만났다. 약간 거칠은 그의 검누른 낯엔 70년대 이래 시대의 질곡이 나이테처럼 주름져 있는 듯했다. 웃을 땐 그나마 작은 눈이 아예 없어져 마음씨 좋은 아저씨 얼굴이 되기도 했다.



- ‘모스키토’는 언제까지 계속됩니까.



= 대선 때까지 계속하려고 했는데 지금 추세로는 힘들 것 같아요. 대선 때가 되면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지 않죠. 선거에 정신을 다 빼앗겨 버리니까요.



- ‘지하철 1호선’에 비해 관객이 적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청소년과 정치라는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으려 했는데 힘들었어요. ‘지하철 1호선’도 몇번의 수정을 거듭한 뒤인 3년 만에야 관객들이 넘쳐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급하진 않습니다. 지금 대본수정 작업도 하고 있고요.



- 풍자가 생각만큼 날카롭지 않은 것 같은데요.



= 원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정치와 교육이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과 우리의 차이 때문이겠죠.



- 우리 정치인들을 풍자했는데 대선을 앞둔 우리 상황에 대해 한 말씀 하자면….



= (웃으며)난 정치 잘 몰라요.



- 그럼 우리 연극은 어떻습니까.



= 전 우리 연극계가 작품성 있는 연극에서부터 오로지 상업성만을 추구하는 포르노성 연극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상업성의 논리에 휘말려 있죠. 이를 극복하려면 정치(정책)가 달라져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영화산업에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그 이전에 연극에도 시선을 돌려야죠. 연극은 농사의 못자리와 같아요. 그해 농사는 못자리를 어떻게 심었느냐에 따라 이미 결정이 나는 겁니다.



- 앞으로 청소년극을 계속 내놓으실 생각입니까.



= 그들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청소년극과 아동극을 해보고 싶습니다. 대학로에 아동극이 많이 있지만 고민을 많이 안 하는 것 같아요. ‘백설공주’, ‘피터팬’도 중요하지만 아동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극이 아동들에게 더 많은 것을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록뮤지컬을 고집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 오케스트라를 쓸 순 없으니까요. 밴드를 도입하지 않고 반주를 테이프 처리하면 저희도 적자를 많이 보전할 수 있겠죠. 라이브는 한번 듣고 나면 테이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 느껴집니다. 어렵더라도 라이브는 계속 고집할 생각입니다.



-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



= 뭐 별 것 있습니까? 일산 집에서 매일 대학로 학전 사무실로 출근해 작품 다듬고. 오페라 공부도 하고.



-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 ‘춘향전’, ‘흥부전’ 같은 우리나라 판소리 작품들을 오늘날의 언어로 바꿔 무대에 올렸으면 합니다. 그런데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어디 내 생전에 할 수 있을는지.



- 혹시 다시 가요를 작곡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 없습니다.



그와의 대화는 ‘부산 지하철 1호선’ 준비차 부산에서 올라온 후배들에게 “자기 집으로 가자”고 채근하는 바람에 문득문득 끊어지곤 했다. 자정이 되어 카페가 문을 닫자, 그는 그 후배들과 함께 또다시 포장마차로 향했다. 대학로 골목 저편으로 사라지는 약간 꾸부정한 그의 어깨가 넓어 보였다.



권태호 기자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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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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