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이슈 물가와 GDP

총선 끝나자마자 물가 군기 잡기 나선 정부…유통업계는 '눈치 게임' 경쟁 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통가 가격 인상에 정부 압박 수위 ↑
인상 강행하거나 시기 조정하며 눈치 보기
라면업계는 일찌감치 인상 계획 포기
한국일보

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격 인상을 놓고 유통가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4·10 총선 이후 식품·가공품 가격이 요동치자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며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고 식품·가공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됐는데도 또다시 정부가 나서면서 업계와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유통가에선 인상을 강행하거나 정부 눈치에 인상 시기를 조율하는 등 기업마다 대응책도 제각각이다.

'3대 패스트푸드'에 김까지…먹거리 줄줄이 오른다

한국일보

2일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맥도날드는 이날부터 메뉴 가격을 100~400원씩 평균 2.8% 인상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총선 이후 가장 먼저 움직인 건 3대 패스트푸드(햄버거·치킨·피자) 등 외식업계다. 햄버거 업계에선 최근 맥도날드와 노브랜드 버거가 일부 메뉴 가격을 각각 평균 2.8%, 3.1% 올렸다. 피자헛은 피자 2종의 메뉴를 약 3%씩, 굽네는 9개 치킨 메뉴 가격을 1,900원씩 인상했다.

외식업계는 지난해 상당수 식품회사들이 정부의 압박 이후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할 때도 인건비와 배달비 등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더 많다며 인상을 이어갔다. 외식업은 특히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곳이 많아 식품회사의 공산품처럼 정부가 가격 조정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에도 몇몇 업체는 인상을 밀어붙일 조짐이다. 김 원초(김 가공 전 원재료), 커피 원두 등 원재료 수급이 어려워진 품목의 경우 더는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CJ제일제당은 2일 대형마트와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김값을 11.1% 올렸는데 지난해 정부 압박에 조미료, 고추장 등의 가격 인상 계획을 없던 일로 했을 때와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손해를 감내하며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는데 고환율에 원재료 가격이 오른 올해도 인상 자제 압박이 이어져 난처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격 인상 연기도 이어지지만…인상은 '시간문제'

한국일보

롯데웰푸드는 코코아 가격 급등을 이유로 다음 달 1일부터 대표 초콜릿 제품 가나초콜릿을 200원 올리고, 빼빼로 가격을 100원 올리는 등 초콜릿이 들어가는 17종 상품의 평균 가격을 12% 인상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롯데의 초콜릿 제품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인상을 연기하는 곳들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가나초콜릿, 빼빼로 등 17종 제품 가격을 5월 올리기로 했다가 정부의 요청에 시행 시기를 한 달 미뤘다. 편의점 일반 택배 운임료를 50원 인상하기로 했던 CJ대한통운은 이틀 만에 인상 시기를 늦춘다고 번복했다.

그런가 하면 농심, 삼양식품 등 라면업체는 연내 라면 인상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서민 식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라면은 원래도 가격 인상이 부담스러운 품목인 데다가 2021년 큰 폭으로 올렸던 터라 이번에는 일찌감치 올리지 않겠다고 알린 것. 원가 구조가 복잡하긴 하지만 최근 밀가루 가격도 안정세라 여론을 생각하면 라면값을 올리기 쉽지 않다.

유통업계가 눈치를 보는 사이 정부는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17개 주요 식품업체와 함께 10개 외식업체 대표까지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잠시 인상 시기를 늦추는 것일 뿐"이라며 "지금 올리지 못하면 앞으로 더 큰 폭의 인상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