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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스라엘, 라파 동부 피란민에 대피 명령…지상작전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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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난민캠프로 가라”…미국에도 “선택 여지 없어”

휴전협상 교착 속 지상전 강행 땐 팔 주민 재앙 우려

경향신문

‘홀로코스트 추모일’ 연설하는 네타냐후…공습 희생자 애도하는 팔 주민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일(현지시간)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맞아 예루살렘 세계홀로코스트추모센터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같은 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아부 유세프 알나자르 병원에 모여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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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6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일부 지역에서 민간인 대피를 명령했다. 이스라엘군이 여러 차례 예고해온 지상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과 함께 ‘대재앙’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 동부 지역에 머물고 있는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에게 전단을 살포해 라파 북쪽의 칸유니스와 북서쪽 알마와시의 난민 캠프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서도 “정부의 승인에 따라 라파 동부의 민간인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역으로 임시 대피를 촉구한다”며 대피 경로를 안내하는 지도를 게시했다.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구호단체들도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대피 명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명령은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공습을 가해 어린이 8명을 포함해 22명이 사망한 이후 내려졌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라파 공격을 통보했다고 이스라엘 국방장관실이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데도 휴전과 무관하게 라파에서 지상 작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며, 대규모 참사를 우려한 국제사회가 거듭 이를 반대하자 공격 개시 전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피 명령은 지상전 개시 신호로 해석돼왔다.

문제는 민간인 대피가 이뤄진다고 해도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칸유니스 인근에 약 5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촌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라파 피란민 140만명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작은 규모다. 최근 이스라엘은 라파 민간인 대피 계획을 미국 정부에 통보했는데, 미 정부는 이 계획이 민간인 피해를 막기에 불충분하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이스라엘군이 이제껏 ‘인도주의 구역’과 ‘대피 경로’를 지정해놓고도 피란민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7개월간 라파를 제외한 가자지구 전역에서 지상전을 벌였는데, 이때마다 대피 명령이 내려졌지만 민간인들이 피란 도중 공습을 받는 등 피해가 계속돼왔다.

다만 이번 명령이 본격적인 지상전의 서막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스라엘 육군 대변인인 나다브 쇼다니 중령은 AP통신에 라파 동부 지역 주민 10만명 정도가 대피 명령을 받았으며, 이스라엘군은 “제한된 범위의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명령이 라파 전역에 대한 광범위한 군사작전의 시작인지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집트 국경과 접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약 230만명)의 절반 이상이 집결해 있어 ‘최후의 피란처’라 불린다. 국제사회가 라파 지상전이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온 이유다.

지난 4일부터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된 휴전 협상은 또다시 결렬될 위기에 놓였다. 대표단을 파견했던 하마스는 지도부와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로 떠났고, 7일 협상장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현재까지도 협상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군사작전 종료와 가자지구 철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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