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단독] 수도권 선거구 빅데이터 분석 다 해놓고 … 써먹지도 못한 與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지난 4·10 총선에서 122개 수도권 선거구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빅데이터 조직을 보유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분석을 맡지 못했고 한 의원실이 도맡은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유경준 의원 주도로 선거구별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했다. 결과물은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3월 19일 공천자대회에서야 후보들에게 전달됐다.

유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는 △역대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한 집중 유세 지역 △유권자 기본 분석 △재정자주도 및 상권 등 경제 △주택 소유자 비중 등 부동산 △치안시설 현황 등 사회안전 △인구수 대비 병원 등 복지 △지하철역별 에스컬레이터 및 주차시설 같은 교통 등 선거구 현황을 총망라했다.

구체적으로는 대선 득표율을 통해 국민의힘 우세 정도를 가늠하는 투표소별 성향 분석 결과를 담았다. 유권자 기본 분석에는 거주 형태, 청년가구·신혼부부·중장년층·독거노인 현황 등이 포함됐다. 특히 분야별로 아파트 예정 공급량, 비상벨 위치 정보, 정류장 공급도 등 세밀한 내용까지 분석했다.

또 키즈카페·치매센터 현황, 사교육비·코딩교육 현황 등 정책·공약 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도 다수 담겼다. 게다가 KT 빅데이터 통계를 기반으로 기본적인 유동인구 상위 지역뿐 아니라 요일별 지하철 이용 고객 수, 커뮤니티 이용 현황까지 집계했다.

문제는 정작 수도권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 중 이 자료의 존재를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천자대회 당시 당에서 내용물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도 없이 자료를 택배 상자에 넣어 전달했기 때문이다.

한 경기도 지역구 낙선자는 "공천자대회 당일 지역 일정이 있어 캠프 비서관이 대신 참석했는데, 공천장과 빨간 점퍼만 받아왔다. 비서관도 그런 자료가 있는 줄 몰랐던 것 같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이어 "선거사무실 이메일 주소로 보내주는 게 제일 정확했을 텐데, 후보자들이 상자를 다 열어보고 확인해볼 수도 없는 일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자료 전달 시점이 늦어도 너무 늦다 보니 선거에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후보도 있었다. 실제로 유 의원실은 당시 분석을 마친 선거구부터 빨리 자료를 후보들에게 전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서는 자료를 일찍 전달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에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는 전언이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구 분석자료를 배포하는 게 부담이었을 수 있지만, 수도권 지역구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은 "선거대책위원회가 수도권 판세를 제대로 읽었다면, 그런 한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박상수 전 인천 서갑 후보는 "굉장히 좋은 자료였지만 상황이 급격히 계속 변하는 선거 상황에서 활용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다"며 "자료를 좀 일찍 전달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을 수행한 주체가 여의도연구원이 아니라 의원실이란 점도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선거구별 빅데이터 분석은 애초 정책위원회 부의장이었던 유 의원이 여의도연구원 측에 건의했다. 하지만 여의도연구원에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당에서 이를 맡아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연구원 산하에도 빅데이터실이 있지만 소속 인력 5명이 각기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여의도연구원은 대신 유 의원 측에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통신자료 비용과 인건비 등을 지급했다.

서울 강남병에서 경기 화성정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가 떨어진 유 의원은 "공공행정과 통신 빅데이터를 이용한 선거전략의 수립은 총선 승리를 위한 필수 요인인데, 여의도연구원이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존재 가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달 동안 힘들게 작업한 빅데이터 자료가 수도권 후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활용되지도 못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신유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