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7 (월)

[인터뷰] 최이영 LG화학 연구원 “비닐 분자구조, 1년 들여다 봤더니...세계 최고 물성 재활용 소재 개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최이영 LG화학 연구위원


즉석밥의 비닐 뚜껑이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보기에는 얇지만 다양한 기능의 비닐이 겹겹이 쌓여 분리·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재 리필 파우치, 라면 봉지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에서 포장재 등으로 소비되는 비닐은 연간 2000만톤으로 대부분 소각, 매립된다. 각 가정에서 열심히 분리해 재활용함에 넣어도 오히려 이를 분리하는데 더 큰 노력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최이영 LG화학 연구위원은 재활용이 되면서도 포장재에 걸맞은 물성을 내는 단일 소재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 길로 7명의 팀원과 함께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1년 뒤인 2022년 7월 재활용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포장재 원료인 이축연신폴리에틸렌(BOPE) 개발에 성공했다.

전자신문

최이영 LG화학 연구위원과 연구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OPE는 폴리에틸렌(PE) 기반 단일소재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즉석밥 비닐 뚜껑처럼 PE에 폴리프로필렌(PP)이나 나일론 등을 섞지 않고도 비슷한 강도를 낸다.

연구팀은 PE 분자·결정 구조를 개선해 세계 최고 수준의 강도와 투명도를 구현했다. 앞서 글로벌 화학사가 개발한 1세대 제품보다 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고객사의 '페인 포인트'에 주목했다.

최 연구위원은 “기존 BOPE 소재의 물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이축연신 설비가 있는 고객사, 해외 시험기관을 만나야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경쟁사 소재의 강도가 약해 세워서 보관할 수 있는 파우치를 만들 수 없다는 결정적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소재 강도를 개선하기 위해 원료의 배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입자 단계부터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포항공대를 찾아 국내 유일 입자가속기로 나노 단위로 소재를 분석하고, 분자의 설계를 제어하며 1년간 소재 개발에 매진했다.

전자신문

LG화학의 BOPE 소재가 적용된 세제 파우치 (LG생활건강 제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BOPE 소재는 현재 LG생활건강의 리필용 주방 세제 파우치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의 팻푸드 파우치에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50년 6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BOPE 개발은 최근 석화 업계가 역점을 두는 고부가 사업구조 전환의 성공사례로 내세우기에도 손색이 없다.

최 연구위원은 “BOPE는 PE 대비 가격이 1.5배가량 높아 수익성이 월등하다”면서 “똑같은 BOPE 소재라도 회사마다 물성이 다른데 여기에 노하우가 있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의 BOPE 소재는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가 우수 신기술 인증(NET) 을 획득했다. 세계 최대의 필름 제조 설비사인 독일 브루크너의 추천 제품으로 등재된 데 이어 올해 LG그룹 최고상인 'LG어워즈 고객감동 대상'을 수상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