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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차전지 수출 감소? 국외 투자 늘며 ‘착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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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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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효과’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이차전지 수출 감소에 착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차전지 수출액 감소는 국외 투자와 생산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지 이차전지 국내 사업의 위기로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이차전지 3사(엘지(LG)에너지솔루션·에스케이(SK)온·삼성에스디아이(SDI))의 국외 생산 비중은 92.4%에 이르러서 수출 통계로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일부에선 압도적인 이차전지 제조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을 보며 국내투자 둔화 및 기술·인재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의 ‘해외 직접 투자 동향’을 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FDI)액은 633억8천만달러다. 5년 전만 해도 500억달러대에 불과했던 점을 염두에 두면 최근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불어난 셈이다. 해외직접투자는 외국에 영업소를 설치하거나 외국법인의 주식 10% 이상을 취득한 경우 등이다. 해외직접투자 급증은 국내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대기업들이 북미에 핵심 공급망을 구축해야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정책(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지원법 등)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해 한국 해외직접투자액이 가장 많이 몰린 국가도 미국(277억2천만달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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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접투자 증가는 수출액 감소로 나타난다. 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액은 98억3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2015년 이후 첫 감소세 탓에 이차전지 산업 위기론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는 게 무역협회 쪽 시각이다. 이차전지 수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해외 생산 확대라는 것이다. 실제 수출 통계는 관세청 통관인 ‘관세선’ 기준인 터라, 국외 공장에서 생산돼 한국을 거치지 않고 국외에서 판매되는 건 통계에 안 잡힌다. 2011년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이차전지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했으나 미국, 유럽 등으로 점차 생산 거점을 옮긴 상태다.



수출 통계 착시는 2022년에도 부각된 바 있다. 똑같이 수출액과 수입액 차이를 집계함에도 월별 관세청 기준 무역수지는 적자, 한국은행 기준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흑자로 통계가 엇갈린 것이다. 그 사이에도 기업의 국외 생산이 있었다. 한은 경상수지는 ‘소유권 이전’이 기준이라 국외에서 생산해 국외에 판매한 것도 수출 통계에 잡혀 흑자로 집계된 것이다. 이런 중계무역순수출은 반도체 기업 등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급증했다.



국외 생산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이차전지 3사 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외 공장 신설 계획을 줄줄이 발표한 상태다. 수출 통계는 정부가 경제 정책 방향을 정할 때 잣대로 삼는 중요한 수치인데, 이같은 변화를 고려하면 국외 생산까지 정확히 반영할 보조 통계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이 국외에 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위주 산업정책 시대가 열리면서 통상 압박 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투자 둔화와 기술·인재유출, 외국의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투자 위험 등은 걱정되는 요소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중국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첨단 산업이 미국 등으로 모두 넘어가 국내가 공동화될 위험은 경계해야 한다. 해외 투자 때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 인력들을 함께 데리고 나가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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