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北, '김일성 태양' 지우기 계속…월간지서도 사라진 '태양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명칭 사라지고 '김일성 생일' 관련 행사 보도 비중도 줄어

'선대 지우기+홀로서기' 아닌 '선전·선동의 현대적 변화' 해석도

뉴스1

북한 선전용 월간지 '금수강산' 올해 5월호에 실린 '4월의 친선예술축전' 사진.(금수강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의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을 뜻하는 '태양절'이란 명칭이 북한 선전용 월간지에서도 사라졌다.

북한 월간지 '금수강산' 5월호는 김 주석의 생일 112돌을 맞아 열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김 주석의 생일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탄생'이라고 표기했다.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태양절이란 표현은 한 차례도 쓰이지 않았다.

태양절은 김 총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공식 명칭이다. 김 위원장은 1997년 김 주석 3년상을 마친 뒤 이전까지 '4·15절'로 불리던 김 주석 생일을 '태양절'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금수강산을 포함해 북한 매체에선 올해 들어 태양절이 거의 사라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3~15일 김 주석 생일 관련 소식을 집중 보도하면서 태양절이란 명칭은 15일 자 기사 단 한 건에서 사용했다.

북한 당국이 태양절의 의미를 축소하는 움직임은 단순히 명칭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보도 분량이나 내용, 형태에도 드러나고 있다.

금수강산은 지난해 5월에는 태양절 관련 행사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김 총비서가 당시 참석했던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준공식 참석 기사에도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태양절을 뜻깊게 경축하는 인민의 환희를 분출시키며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성대히 진행됐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기도 했다.

태양절 관련 기사는 전체 69쪽 중 6쪽으로, 북한 주민들의 만수대언덕 참배, 중앙사진전람회,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 경축우표 발행, 재중동포들의 경축행사, 청년학생들의 야회, 중앙미술전시회, 국가산업미술전시회, 태양절요리축전 등 다양하게 실렸다.

반면 올해 금수강산 5월호에선 김 주석 생일 소식이 7번째로 밀렸으며, 관련 보도는 4쪽 분량의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개최 소식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기사 내용도 김 주석의 생일보다는 공연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첨부된 사진에도 모두 축전 참가자들의 공연 모습만 담겼을 뿐 대규모의 축하 행사나 행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없었다. 김 주석의 동상이나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사진 역시 실리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이 태양절의 이름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달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의도적으로 (태양절 대신) 다른 용어로 대체하거나 태양절 표현만 삭제하고 있다"라며 태양절을 '4·15'로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의 '태양절 지우기' 작업을 두고 김 총비서가 김 주석, 김 위원장 등 선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선대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을 더 부각하며 통치 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뉴스1

북한 선전용 월간지 '금수강산' 지난해 5월호에 실린 '태양절' 관련 사진.(금수강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결이 다른 분석도 있다. 북한이 선대 지도자의 권위를 낮추거나 부정하기보다는 현 지도자인 김 총비서의 유일영도 체제를 강화하면서도 '인민의 기호'에 맞춰 선전·선동 방식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차원의 변화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9년 3월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가리게) 된다"라며 선대에 대한 신비주의·우상화를 경계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임수진 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슈브리프 '금년 북한 태양절 기념행사 축소 의미 및 시사점'을 통해 "경제 악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북한 주민들에게 사상교양을 통한 정권 찬양, 특히 무조건적인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정책이 체제 유지 및 최고지도자의 권력 공고화에 더 이상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kuk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