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11세 아이 손 잡고… 지구 반대편서… 버핏 만나러 ‘자본주의 순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버핏도 11세때 처음 주식 손에 쥐어… 자본주의와 투자, 삶의 지혜 배우길”

세계 각지서 오마하로 순례 여행

굿즈 쇼핑-기업 체험 ‘축제의 현장’

버핏의 고령 감안 주주들 더 몰려

동아일보

전 세계에서 3만 명이 운집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총장 전경. 오마하=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일(현지 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CHI 헬스센터. 오전 6시 30분에 도착하니 이미 수천 명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들은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러 온 ‘자본주의 순례객’이다. 대기 줄의 맨 앞쪽 사람들은 주총장의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오전 2시경 왔다고 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 회장의 투자 철학을 듣기 위해 올해도 세계 각지에서 주주 3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미 메릴랜드주 뉴마켓에서 온 톰, 에이미 케이디 씨 부부는 열한 살 아들 벤과 함께 서 있었다. 남편 톰 씨는 “버핏이 처음 주식을 손에 쥔 때가 11세였다”며 “20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로서 아들이 열한 살이 되면 꼭 주총장에 데려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주의와 투자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큰 할아버지’가 전해줄 수 있는 지혜를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고 덧붙였다. 전날 학교를 빠지고 오마하에 왔다는 벤 군도 “기대된다”며 웃었다.

● 경제교육 위해 자녀와 지구 반 바퀴

동아일보

4일 주총장에서 만난 브래드, 레이철 라슨 부부는 “7세 아들 애틀러스에게 버핏 회장의 검소함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오마하=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는 케이디 씨 부부처럼 자녀에게 생생한 경제교육을 체험하게 하려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투자와 돈 관리 등 경제에 눈을 뜨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뉴욕을 거쳐 오마하까지 20시간이 걸렸다는 잉 람 씨(53) 부부는 대학생 자녀를 데리고 왔다. 람 씨는 “우리는 버핏의 오랜 팬”이라며 “지난해 주총 직후부터 여행을 계획했고, 아들의 입시가 끝난 뒤 미국 여행을 겸해 오마하에 왔다”고 말했다.

오마하 토박이인 브래드, 레이철 라슨 씨 부부는 7세 아들 애틀러스 군과 함께 주총을 찾았다. 브래드 씨는 “오마하 사람들은 거의 태어나면서부터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가 된다”며 “행사장에서 재미있는 놀이도 하면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이철 씨는 “아이에게 부자가 되어도 겸손하고, 검소해야 한다는 미덕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은 세계적 음악 축제에 빗대 ‘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톡(Woodstock for Capitalists)’으로 불린다. 이 같은 명성답게 딱딱한 질의응답이 지루하면 언제든 나와서 버크셔해서웨이 측이 투자한 기업들의 체험관에서 쇼핑을 하거나 각종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장을 꾸몄다. 애틀러스 군도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한 봉제인형 기업 재즈웨어 체험관에서 인형을 구경하며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 “버핏 다시 못 볼라” 더 몰린 주주들

동아일보

3일(현지 시간) 미국 중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개막한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 등장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등신대. 오마하=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버핏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를 얻은 어린이도 있었다. 앤드루 니카스 군은 지난해 11월 작고한 버핏의 ‘단짝’ 찰리 멍거 부회장을 언급하며 “찰리와 하루 더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버핏은 “우리는 행복한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고, 실수했고, 배움을 즐겼다”며 “하루만 더 주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에게 “마지막 날을 누구와 보내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그 사람과 당장 내일 만나라”라고 조언했다.

버핏 회장은 올해 94세로, 멍거 부회장이 세상을 뜨며 버핏의 고령도 부각되자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주주들이 몰렸다. 보스턴에서 제약회사를 다닌다는 클레어 씨(35)는 “멍거 부회장 사후에 혹시나 마지막 기회가 될까 싶어 꼭 버핏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도 주총을 마무리하며 “찰리같이 믿을 수 있고, 거짓말하지 않는 파트너를 만난 것도 인생의 행운”이라며 “내년에 내가 또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날 주총에는 버크셔해서웨이에 오랫동안 투자해 자산을 이룬 루스 고테스만 미 알베르트아인슈타인 의대 명예교수(94)도 참여했다. 투자로 번 돈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학교에 기부해 ‘무상교육’을 실현한 인물이다. 버핏이 “큰돈을 기부하고도 학교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달라고 하지 않은 주주”라고 소개하자 3만여 명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오마하=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