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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10년 내다본 印尼 팜유사업, 원자재값 급등속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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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

포스코인터, 1분기 267억 영업익

식품산업 넘어 항공유 수요도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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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농장에서 수확한 열매를 차량이 착유 공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메라우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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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33도, 습도 86%.

지난달 23일 오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사업법인(PT BIA)의 파푸아주 메라우케군 팜 농장. 적도에서 7도 차이(남위 7.08도)에 있는 농장은 가만히 서 있는데도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사람에겐 가혹하지만 팜 나무는 이런 환경에서만 자란다. 이곳에 심어진 347만5000그루에 달린 열매 대부분은 농익은 붉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 팜 농장 연중 최대 수확기라는 신호였다.

팜 농장은 섬이 많은 나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최동단에 있는 파푸아섬에 있다. 파푸아섬 하단부의 모파 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265km 떨어져 있다. 크기는 서울시 절반에 가까운 약 3만4200ha.

팜유는 식용유, 과자와 라면 등 식품 산업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항공유와 같은 바이오 연료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분야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시장 진입을 위해 마땅한 진입로도 없던 이 척박한 땅을 2011년 6월부터 개발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팜 농장은 연간 5000만 달러(약 68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황금 땅’으로 변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2022년, 팜 농장의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인 8036만 달러(약 1093억 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도 1965만 달러(약 267억 원)로 호실적을 이어갔다. 김원일 PT BIA 법인장은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묵묵히 달려온 게 결실을 맺고 있다”라고 했다.

印尼밀림속 팜유 年680억 캐시카우로, 정제공장 세워 수출확대


〈8〉 포스코인터, 10년 투자 결실
자체 항만-운송길 만들며 개발
원자재값 상승기 거치며 ‘노다지’로
“바이오항공유 수요 늘어 큰 성장… AI 애그테크로 생산효율 높일 것”


인도네시아 동쪽 파푸아섬의 모파 국제공항에서 팜 농장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차로 약 5시간. 열대우림에 둘러싸인 2차선 도로는 얼마 전 내린 비로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었다. 조각 난 아스팔트 길을 지날 때면 차들은 놀란 고라니처럼 통통 튀어 올랐다. 통신 시설이 없어 휴대전화는 계속 ‘먹통’이었다.

농장 개발에 참여한 김재원 인도네시아 팜사업법인(PT BIA) 구매 총괄(과장)은 이것도 예전보다 사정이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했다. “비포장도로밖에 없을 땐 차로 12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해 질 녘에 농장 밖으로 나가는 건 여전히 위험해요. 연락도 안 되는데 비라도 오면 생존을 걱정해야 하거든요. 이런 곳이었으니 처음 사업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

● 성장성 내다본 투자, 10여 년 만에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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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처음 팜 사업을 시작하려 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열악한 인프라로 수익화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었다. 팜 나무는 통상 식목(植木) 이후 7년이 지나야 열매 생산성이 최대치로 올라가 대량 판매가 가능해진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농장에서 2시간여 떨어진 디굴강 상류에 자체 항만을 만들고 길을 닦아 팜유원액(CPO) 운송 길을 만들었다. 항만에서 가까운 곳부터 개간해 식재 면적을 2만5436ha(헥타르)로 넓혔다. 비에 의한 훼손이 덜하도록 햇빛이 잘 비치는 동서 방향으로 넓게 길을 냈다.

PT BIA는 이곳을 세 개(A, B, C) 지구(21개 디비전, 1020개 블록)로 나누고 지구별로 농장 직원과 가족들이 생활하는 주거·교육·의료 시설을 마련했다. 스페이스엑스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통해 농장 내 통신 사각지대도 줄이고 있다. 농장은 이제 약 9000명의 생활 터전으로 자리 잡은 거대한 마을이 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기가 찾아온 2020년 이후, 팜 농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거듭났다. 팜 농장의 상업 생산이 첫발을 뗀 2017년만 해도 t당 700달러(약 95만 원)대였던 CPO 가격은 2022년 최대 1990달러(약 270만 원)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PT BIA의 연간 매출액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5000만 달러(약 680억 원) 이상을 나타냈다.

● 생산성 향상 위해 최신 기술, 관리 기법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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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메라우케군 팜 농장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사업법인(PT BIA) 김원일 법인장이 미성숙 열매 비율 등을 현지 직원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메라우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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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PT BIA 법인장은 지난해 말 이곳 수장으로 부임한 이후 생산 효율성 향상에 공력을 쏟고 있다. 미성숙 열매 비율 등을 점검하는 성과관리지표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내부 수액 속도를 측정해 나무 상태를 관리하는 ‘셉 플로 센싱(SAP)’과 휴대전화로 열매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AI)으로 성숙도를 판단하는 ‘애그테크(첨단 기술을 농산물 생산에 적용)’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인도네시아 팜 사업 현장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천연림 벌채허가권의 신규 허가를 영구히 막는 ‘산림 모라토리엄’을 발표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0년, 현지 한국 기업 최초로 추가 개간 등을 하지 않겠다는 ‘NDPE(No Deforestation, Peat, Exploitation)’를 선언했다. 기존 농장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2030년까지 식재 면적을 10만 ha로 넓힐 계획이지만, 예전처럼 농장을 급격히 확장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2012∼2017년에 심어 놓은 팜 나무의 수령(樹齡)은 이미 최대 열매 생산기(7∼18년)로 접어들어 추가적인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와 경영 기법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법인장은 “착유율(투입된 팜 열매 대비 CPO 생산량) 1%가 올라갈 때마다 연간 수익이 650만 달러(약 88억 원) 늘어나는데 올해 1분기, 이를 역대 최대인 26.4%로 끌어올렸다”며 “이 업계를 선도하는 다른 경쟁사보다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경영을 하겠다는 목표다”라고 했다.

● 세계 최대 팜 생산기지 印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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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섬에 CPO를 정제하는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각각 2008년, 2009년 현지 농장 인수를 통해 팜 사업을 시작한 삼성물산(상사 부문)과 LX인터내셔널도 강화되는 인도네시아 환경 규제에 맞춰 친환경 인증(RSPO), 사회공헌활동 등을 펼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만큼 인도네시아 팜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고 있어서다.

해바라기씨, 옥수수 등 다른 원료로 만들어지는 식물성 기름(유지류)에 비해 면적당 생산성이 10배 이상 높은 팜유는 식용유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의 소비재, 의약품, 에너지 원료 등에 활용된다. 2022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연간 팜유 생산량은 세계 1위인 4558만 t으로 이 중 2776만 t(60.9%)을 인도, 중국, 미국 등으로 수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31년 팜유를 포함한 식물성 유지류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2022년(2억2350만 t)보다 11.3% 커진 2억4870만 t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법인장은 “내년 정제공장이 완성되면 현재 CPO를 현지 정제공장 업체에 판매하는 것에 더해 국제 시장에서 더 다양한 판매처를 발굴할 수 있게 된다”며 “특히 바이오 항공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향후 더 큰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메라우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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