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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노숙자 위기, AI가 막는다...미국 LA 시범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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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병원, 노숙자 동향 등 데이터 분석
AI 도출한 10만 명 리스트 바탕
당국 도움이 필요한 사람 적절히 지원
"지원 가구 87%, 집서 쫓겨날 위기 벗어나”


이투데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노숙자 야영지. 오클랜드(미국)/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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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노숙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정치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진보진영은 현금지원, 보수진영은 치안 유지 정책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지만, 오랜 시간 미국을 괴롭힌 노숙자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AI)이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소개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범 도입한 AI가 데이터를 활용해 노숙자 위기 가구를 찾아내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6월 LA의 한 임대주택에서 퇴거하라는 통보를 받은 베레아나 산체스를 위기에서 구원해준 건 AI였다. 시 당국이 12개월 내에 노숙자가 될 위험이 있는 가구를 찾기 위해 시범적으로 도입한 AI가 산체스를 찾아냈다. 이 AI는 교도소, 병원, 각종 안전망 프로그램, 노숙자 동향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거리로 내몰릴 위험이 있는 10만 명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당국은 이 명단을 바탕으로 상담하거나 현금을 지급해 주민들이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산체스도 담당 부서에서 긴급히 연락해달라는 전화를 받았고, 곧바로 직원과 상담해 다양한 의료 복지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월세와 자동차 수리비 등도 지원받았다. 산체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남편이 계속해서 그 상태였으면 아마 집에서 쫓겨났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LA는 2021년부터 해당 AI를 도입했다. LA를 비롯한 몇몇 도시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노숙자 위기 대응이 어려운 상태인데 그 짐을 AI가 덜어주는 것이다.

노숙자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다나 밴더포드는 “우리가 지금껏 대응한 87%의 위기 가구들이 프로그램 종료 후 계속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위기 가구들은 전화를 받고 “어떻게 나를 찾았는진 모르겠지만, 곧 집을 잃을 것 같다”며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노숙을 경험한 사람은 65만3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캘리포니아 정책연구소의 재니 런틀리 상임이사는 “단 한 번의 현금 지급이나 기타 지원만으로도 노숙자 증가 추세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노트르담대학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노숙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81%가 6개월간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적용받고 회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틀리 이사는 “부채와 임대료 지원으로 2000~6000달러를 지급하면 주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도움이 필요한 위기 가구를 찾아낸다. AI가 위기 가구를 찾아내면 노숙자 예방 부서에서 전문 관리자를 파견한다. 이들은 대상 가구에 전화를 걸어 개별 주거비, 공과금 등의 상황을 파악해 자격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며칠 내로 금전적 지원이나 대출, 취업, 보험 가입 등을 도와준다.

정신 건강 프로그램 지원도 가능하다. 한 전문가는 “기존에 접촉할 수 없었던 위기 가구와 연결될 수 있는 올바른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하버드대 도시정책학과의 스티븐 골드스미스 교수도 “사람보다 AI가 도움이 필요한 가구를 더 효율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며 “노숙자 예방은 복잡하므로 AI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에 초점을 두면 각 도시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노숙자 수가 두 배로 늘어난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에서도 AI가 선전하고 있다. 런던시 크레이그 쿠퍼 의원은 “AI가 임시숙박시설에 입소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위급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있으며, 정확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위기 가구였던 산체스는 지원 프로그램이 끝나자 몇 달만에 일상으로 돌아갔다. 건강 문제도 해결됐고, 6월에 고등학교 졸업 자격증을 취득해 아이도 태어날 예정이다. 그는 “AI로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은 이곳을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이나영 기자 (2or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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