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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폭탄’ 떠안은 부동산 신탁사, 대주단 손해배상 줄 소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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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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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건설사의 위기가 부동산신탁사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장 네 곳 중 한 곳은 준공 기한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PF 대주단으로부터 대출 원리금 반환 손해배상 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탁사의 몸집을 불려줬던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이 부메랑으로 작용해 돌아오고 있다. 시공사인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 부실화로 인해 시공사 교체가 이뤄지며 책임준공기한 경과 건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은 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파산하거나 공사를 포기해도 신탁사가 대체 시공사를 선정해 정해진 기한까지 책임지고 완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공사 책임준공 기한보다 6개월 길다. 이 기한을 넘기면 신탁사는 대주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구조다.

지난 3월 책임준공기한 경과 손해배상 소송이 업계 최초로 진행됐다.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준공 지연과 관련해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주단은 계약서상 명시된 손해액인 PF 대출원리금 배상을 요구 중이며 신탁사는 대주단의 손해액이 대출원리금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 중이다. 향후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경우 신탁사 실적과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신탁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어 PF 대주단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통계를 보면 7개 부동산신탁사(대신자산신탁·대한토지신탁·우리자산신탁·KB부동산신탁·코람코자산신탁·코리아신탁·한국자산신탁)가 관리하는 현장 가운데 23%에서 시공사 책임준공 기한이 경과했다. 이 중 신탁사 책임준공 기한을 넘긴 곳도 8%로 추산됐다.

책임준공형 사업현황을 14개 부동산신탁사로 확대하면 책임준공 기한을 넘겨 소송에 직면한 사업장 관련 PF는 1조9000억원(자기자본의 35%)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신탁사 14개사의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PF 잔액은 24조8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4.5배에 달한다.

신탁사가 공사를 서두루기 위해 직접 시행사에 빌려준 자금(신탁계정대)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7개사의 자기자본 대비 신탁계정대 비율은 13.6%로 2022년 말(1.4%)보다 크게 늘었다. 신탁계정대는 PF에 비해 후순위이기 때문에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신탁사 책임준공형 사업장에서 기한 내 이행하지 못한 사업장이 속출한 것은 시공사가 대부분 재무건정성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업체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탁사 책임준공형 사업장 중 83.8%가 시공능력순위(토목건축 기준) 100위권 밖에 있는 건설사로, 중소 건설사는 공사비 상승과 지방 미분양 장기화로 유동성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실제 중소 건설사는 한 달에 100곳이 폐업할 정도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폐업한 건설업체는 총 998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종합건설사는 134곳, 전문건설사는 864곳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종합 건설사 86%, 전문건설사 16% 증가한 수준이다. 경영난으로 인해 전국 건설업체 9곳은 부도났다. 이는 지난 2019년 이후 최대치다.

전문가는 향후 대주단과 신탁사를 둘러싼 손해액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신애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3일 “계약서에 손해액을 PF 대출원리금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해당 내용을 무효화하고 신탁사 책임을 실제 손해액으로 한정할지 계약서상 대출원리금이 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이 계약서 내용으로 책임 범위를 인정할 경우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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