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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ITWorld 넘버스] ‘터뜨리는 재미’ 뽁뽁이와 헤어질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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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는 언제나 반갑다. 주문한 물건도 물건이지만, 과거에는 택배를 뜯으면 딸려 오는 플라스틱 비닐 완충재, 이른바 '뽁뽁이'를 터뜨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뽁뽁이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하나씩 터뜨릴 때마다 물고기와 플랑크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는 장면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할 때, 배달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사용된 소재가 플라스틱임을 인지하는 순간, 기후 변화 문제에 일조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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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물티슈나 플라스틱 빨대 대신 손수건이나 스테인리스 빨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빈 용기에 샴푸나 린스를 원하는 용량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거나, 배달 주문 대신 빈 다회용기를 마트나 음식점에 가져가 포장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다.


소비자가 원한다

지난해 HP가 실시한 기후 변화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과반수(64%)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는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추구 여부가 제품을 구매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처럼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에 부함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가치 소비'는 지난해부터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작은 변화가 쌓이면 큰 변화가 되지만, 기후 위기 같은 문제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일부 소비자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 HP 조사에서도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소비자의 책임이 크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에 그친 반면, 기업의 책임이 크다고 답한 응답자는 51%에 달했다.

좋은 소식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자 환경친화적인 운영 방식을 채택한 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달 앱 사용자가 주문 메시지에 직접 쓰던 '일회용품을 받지 않겠다'라는 선택지가 기본 제공되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는 카페도 있다. PC 제조업체들은 100%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가급적 재활용된 소재를 사용해 부품을 제조하는 등의 친환경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동참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기업의 성장과 직결된다

산업군과 관계없이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요소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라는 용어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중 기후 위기가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은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매해 보고서를 발행하기도 한다.

ESG는 '하면 좋은 것'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초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 회장 래리 핑크가 연례 서한에서 "ESG 성과가 나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면서 ESG 경영에 불이 붙었다.

아이투맥스가 지난 3월 발행한 '국내 ESG 현황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국내 기업 87%는 ESG 담당 부서나 담당자를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이 1조 원 이상인 기업에서는 그 비율이 94%에 달한다. 또 지속가능성 솔루션에 대한 투자 증가세와 관련한 연구 결과,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지역 기업 대부분은 지속가능성이 '보통' 또는 '높은 수준'으로 조직의 경쟁력(71%)과 수익성(68%)에 관계가 있다고 답했다. 지속가능성 목표를 위해 단기 재무 목표를 희생할 의향이 있는 기업도 과반수다.


범세계적인 움직임이다

규제 측면의 이유도 있다. EU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기업이 ESG 문제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활동 결과를 공시할 것을 의무화했다. EU에서는 2021년 발표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이 오는 2025년부터 규모와 조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의무화되는데, 국내 기업도 지배 구조에 따라 적용을 받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SEC도 지난 3월 ESG 공시 의무화 규정을 승인했고 2026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춰 국내 기업의 준비 상태를 고려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공개 초안을 지난 30일 발표했다. 2026년 이후 국내 상장사는 기후 분야부터 ESG 공시 의무를 따라야 한다.


멀지만 가야 할 길

지속가능성을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미국 환경단체 오세아나(Oceana)는 미국의 대형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의 플라스틱 샤용량을 분석한 최근 보고서에서 최대 2,200만 파운드(약 1만 톤)에 달하는 포장 폐기물이 호수와 강, 바다로 흘러갔을 것이라 추정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에서 최근 5년간 사용한 비닐 쇼핑백과 뽁뽁이는 1억 개가 넘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은 여전히 숱하다.

통계청에서 매해 발행하는 '한국의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행 보고서 2024'를 봐도 에너지와 기후 변화 대응 측면에서의 노력이 아직 부족함을 알 수 있다. SDG는 2015년 9월 UN 총회에서 사람과 지구의 공동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합의한 17가지 분야 정책 목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는 있지만 최종 에너지 소비 중 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여전히 가장 낮다.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기업도 아직 다양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SAP 조사에서 국내 기업은 지속가능성 전략과 관련한 대표적인 문제로 전문 지식 부족(43%), 환경 영향 전략 부족(42%), 투자 수익 입증의 어려움(38%),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능력에 대한 의구심(38%)을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4%는 향후 5년 이내에 지속가능성 투자가 긍정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을 보면,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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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소개한 모든 자료는 넘버스(Numbers) 서비스에 등록돼 있다. 넘버스는 IT 전문 미디어 ITWorld가 제공하는 IT 리서치 자료 메타 검색 서비스다. IDC, 가트너, 포레스터 등 주요 시장조사 업체의 자료는 물론 국내외 정부와 IT 기업, 민간 연구소 등이 발표한 기술 관련 최신 자료를 총망라했다. 2024년 5월 현재 1,500여 건의 자료가 등록돼 있으며, 매달 50여 건이 새롭게 올라온다. 등록된 자료는 출처와 토픽, 키워드 등을 기준으로 검색할 수 있고, 관련 기사를 통해 해당 자료의 문맥을 이해할 수 있다. 자료의 원문 제목과 내용을 볼 수 있는 링크, 자료를 발행한 주체와 발행 일자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mia.kim@foundryco.com

김혜정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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