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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초동시각]의사단체들만 모르는 사면초가, 의료개혁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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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대부분의 대학이 증원분을 반영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제출을 마친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강경파' 집행부로 전환했고 코너에 몰리던 정부는 '거대 야당'이라는 정치적 우군을 확보하며 새 동력을 얻게 됐다.

석 달째 설득에 실패하며 협상과 정책 포용력에서 모두 한계를 드러낸 정부로서는 지금의 변화가 기회인 점은 분명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80%가 여전히 증원에 찬성하고 '모두까기'로 일관하던 민주당 대표마저 힘을 보태겠다고 했으니 이제는 '사회적 합의'까지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는 사실상 확정됐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중 모집 인원을 확정하지 못한 곳들을 제외하고는 증원분을 반영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제출을 마쳤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심의가 남았으나 당초 심의 과정이 중순에 이뤄질 계획이었기에 확정 시기가 늦춰지거나 변경될 가능성은 없다.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이달 중순까지 승인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한 점도 변수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절차상 대교협 심의 결과가 먼저 나올 수는 없어 증원 자체를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으로 확보한 의대 증원에 대한 초당적 지지는 이번 의정 갈등에서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됐다. 이재명 대표의 '의대 증원 협력' 메시지로 "의대 증원 백지화가 총선 민의(民意)"라는 의사단체들의 주장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들의 이기적 행동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죽을 각오'를 앞세운 임현택 의협 신임 회장은 취임 첫날인 전날 첫 상임위원회를 열고 "정부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고, 한심한지 깨닫도록 하겠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애초에 "저출생으로 인해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데다 당선 직후부터는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관의 파면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으니 이런 강경 태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급기야 집단휴진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개최한 긴급 심포지엄에서는 "파시즘과 투쟁하자"는 막말까지 쏟아졌다. 환자들에게 등을 돌린 채 "단지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이 진정한 의료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을 씌워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정부에 책임을 넘기는 이들에게 대화의 의지가 남았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이제는 의료개혁에 대한 당위성과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정치권이 짚어봐야 할 때다. 총선을 치르느라 뒷짐만 지고 있던 국회가 이번에는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와 의료계 간 중재 역할을 맡아보는 것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요구한 여야·의료계가 참여하는 국회 공론화특별위원회도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물론 이 대표까지 싸잡아 "주변의 잘못된 목소리에 경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폄훼한 의사단체들이, 특위에서까지 '증원 백지화'를 외친다면 이들은 남은 명분마저 지키기 힘들 것이다.

의사단체들은 스스로 고립에 빠지는 선택을 멈춰야 한다. "정부는 의사 집단을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비난하지만, 환자는 물론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피해를 볼 상황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권마저 외면한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단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주장 대신 환자와 의사들을 위한 의료개혁을 받아들여야 한다. / 사회부 배경환 차장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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