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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무장병원에 속 태웠던 건보공단, 조사권 확보로 단속 탄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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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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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가입자 건보료 이달부터 월평균 2만5천원 감소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기관이 부당 청구로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는데도 제때 손쓰지 못하고 속만 태웠던 건강보험 당국이 현장 실태조사 권한을 손에 쥐면서 단속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불법 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리거나 법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ㆍ운영하는 의료기관(사무장병원)이나 약국(면허대여약국)을 말한다.

개설 자체가 불법이기에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오늘(3일) 건강보험 당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 검사 업무 등을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한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6월 3일까지 찬반 의견을 수렴합니다.

불법 개설기관의 부당 이득을 징수하는 건강보험공단 단속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 입니다.

현행 의료법상 불법 개설기관을 조사하는 직접적 주체는 복지부입니다.

의료법 33조의 제3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을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위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법인 또는 단체 등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협조 요청을 받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협조해야 한다고도 명시했습니다.

나아가 의료법 61조는 조사과정에서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의료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명할 수 있고, 업무 상황, 시설 또는 진료기록부·조산기록부·간호기록부 등 관계 서류를 검사하거나 관계인의 진술을 들어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규정했습니다.

앞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건보공단이 이런 불법 개설기관 실태조사권과 자료 제출명령 및 검사 확인권 등을 복지부로부터 위임받아 전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건보공단이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실질적 조사 주체로 나선다는 뜻으로, 사무장병원 등을 단속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동안 사무장병원 등의 불법행위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빈곤층에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의료비) 등 국가 의료재정이 줄줄 샜지만, 수사권이 없는 건보공단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발만 동동거렸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3년간 불법 개설기관으로 적발돼 환수 결정된 기관은 총 1천698곳으로, 환수 결정 금액은 3조 3천674억 원에 달했습니다.

불법 개설기관을 종별로 보면 의원이 657곳(38.7%)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요양병원 309곳(18.2%), 한의원 232곳(13.7%), 약국 204곳(12.0%) 순이었습니다.

환수 결정 금액은 요양병원이 1조 9천466억 원(57.8%)으로 가장 많았고, 약국(5천583억 원), 의원(4천525억 원), 병원(2천112억 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사무장병원 개설과 적발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들로 흘러 들어간 건보 재정을 실제 환수한 실적은 미미합니다.

2009∼2021년 환수 결정 금액 중 6%만 실제로 환수됐을 뿐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으로 적발돼 행정조사나 수사가 개시되면 재산을 숨기거나 아예 폐업 신고를 하고 문을 닫아버려 부당이익을 환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9∼2021년 적발돼 환수가 결정된 불법 개설기관 1천698곳 중 작년 7월 현재까지 1천635곳(96.3%)이 폐업했습니다.

이 가운데 1천404곳(1천698곳 중 82.7%)은 환수 결정 이전에 수사 중 폐업한 기관들입니다.

강제징수를 피하기 위한 불법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 가담자들의 재산은닉 행태도 심각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재산은닉의 유형이 부동산부터 자동차, 금전 및 신탁까지 다양해지고, 재산을 숨기는 대상 또한 배우자, 자녀 등 가족부터 거래처 지인, 법인 등으로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기간은 평균 11.8개월, 최장 4년 5개월에 달합니다.

그러다 보니, 불법 개설기관으로 검찰에 송치되거나 법원으로 기소되는 등 수사 결과서를 받기도 전에 상당수 기관이 이미 폐업하면서 재산을 처분하고 은닉해 압류할 자산이 없어 사실상 징수하기 어려운 처지로 몰립니다.

게다가 불법 개설기관에 대해 행정조사를 거쳐 수사 의뢰를 해도 수사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기관은 폐업하지 않으면 대부분 진료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양 급여비를 줘야 해서 건강보험 재정이 축나는 어이없는 일마저 생깁니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사 의뢰한 불법 의료기관 596곳에 요양 급여비로 7천억 원 가까이 지급했습니다.

건보공단은 자체 수사권이 없다 보니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돼 행정조사에 들어가더라도 속수무책 상황에 부딪힌다며,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신속한 수사 종결로 건보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특별사법경찰권한'(특사경)이 주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사경은 특수한 분야의 범죄에 대해 통신사실 조회와 압수수색, 출국금지 등 경찰과 같은 강제 수사권을 지니고 수사하는 행정공무원을 말합니다.

건보공단 직원에게 특사경을 부여하는 관련법이 제21대 국회가 시작된 2020년부터 발의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21대 국회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아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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