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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1명이 年 28만5000건 정보공개청구… 이 정도면 공무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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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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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정부와 공공기관에 접수된 정보공개 청구 355만 건 중 4분의 1은 민원인 10명이 집중 청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가 어제 악성 민원 방지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악성 민원인’ 10명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약 83만 건이었다. 같은 민원 내용을 2900개 정부 기관에 동시다발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으로 연간 28만5000건, 하루 평균 780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정보공개 청구는 국민이 공공기관의 행정을 감시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정당한 권리지만 악성 민원인들의 행태는 이와 거리가 멀다. 청구서에 욕설을 적어 넣거나 동일한 청구를 반복하는 식으로 업무를 마비시킨다. 일부 기초단체에서는 특정 민원인의 청구를 처리하느라 기간제 근로자까지 채용해 3개월간 자료를 복사했지만 민원인이 받아가지 않는 일도 있었다. 한 교도소 수감자는 정보공개 청구 후 거부될 때마다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출석하는 방식으로 강제노역을 피해 갔다.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부당한 요구나 폭언 및 모욕을 당한 공무원들은 보복성 민원이 두려워 대부분 참고 넘어간다고 한다. 악성 민원은 심각한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공무방해 행위다. 악성 민원에 담당 공무원 손발이 묶이면 선량한 민원인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정부 발표대로 악의적인 정보공개 청구는 심의를 거쳐 제한하고 민원인의 폭언 전화는 공무원이 먼저 끊을 수 있게 해 악성 민원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

다만 정부와 공공기관 민원 서비스의 만족도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악성 민원으로 제시한 사례 중에는 단체장의 업무추진비나 출장비 집행 내역 등 정부가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정보들도 있다. 민원 전화를 걸면 ‘담당 부서가 아니다’라며 전화 뺑뺑이를 돌리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보안이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민원 처리 효율을 높여야 불필요한 민원도 줄어들고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민원을 보복용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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