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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하이브·어도어 분쟁은 멀티레이블 성장통” “K팝 그늘, 대중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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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일 문화연대 주최 긴급 토론회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가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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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K팝 엔터테인먼트사인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간의 분쟁은 K팝 산업 전체에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경영권 갈등처럼 보였던 사안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25일 기자회견 이후에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 팬덤에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는 K팝 비즈니스의 문제 등으로도 확대됐다.

문화연대는 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이번 갈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를 바탕으로 이번 사태를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눠 정리했다.

이게 과연 멀티레이블의 문제일까?


하이브는 국내외에 11개 멀티레이블을 가진 회사다. 어도어와의 분쟁 이후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취지의 진단이 이어졌다. 하지만 멀티레이블은 K팝 산업이 급속하게 커지고 글로벌화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한 하나의 사업 방식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자신이 설립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방탄소년단이 큰 성공을 거두자 유니버설, 워너, 소니 같은 글로벌 음악 그룹을 지향하며 인수합병을 통해 지금의 하이브를 만들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산업은 초창기부터 창작자가 회사를 창립한 뒤 경영과 창작을 동시에 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다”며 현 상황은 국내에 없던 멀티레이블 기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경영진 내부의 역할 분담, 성과 논쟁, 자본 논쟁이 충돌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그 과정에서 조율을 제대로 못한 하이브의 책임은 있지만, 멀티레이블 체제 자체에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단순한 해석”이라고 했다. 멀티레이블 자체보다는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덩달아 조명된 K팝의 어두운 실태


이번 사태는 뜻하지 않게 팬덤의 ‘과도한 소비’에 의존해 성장해 온 K팝 산업의 문제점을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팬덤이 자기 아이돌 그룹의 음반 판매순위를 올려주기 위해 듣지도 않을 음반을 수십~수백 장씩 구매하고, 음원 사이트에 ‘총공’을 해 일시적으로 순위를 올리고, 랜덤으로 들어 있는 포토카드를 구매하기 위해 다시 여러 장의 앨범을 산 뒤 서로 사고파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민 대표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음반 밀어내기’ ‘포토카드’ ‘무늬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등 K팝 산업 내부 문제를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사는 이유는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K팝의 여러 문제를 거친 표현으로나마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


현재 하이브는 민 대표 해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어도어가 임시주총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거부하면서 당장 임시주총이 열리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도어의 대주주인 하이브의 뜻에 따라 주총은 열리고, 민 대표가 해임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경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결국은 대표이사 해임의 법률적 정당성을 두고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본다면 업무상 배임 죄와 관련해 ‘사전 모의’를 했다는 것으로 처벌할 규정은 없다”고 했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연일 서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어도어는 이날 “하이브는 설득력없는 흑색선전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하이브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것에 대해 재반박한 것이다. 어도어는 하이브가 경영권 찬탈의 주요 근거로 언론에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의 당사자인 어도어 A부대표는 정작 피고발인 대상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해당 대화를 보면 A부대표는 민 대표에게 하이브에서 ‘엑시트’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되어있다.

어도어는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밖으로 꺼낸 것은 하이브”라며 “하이브는 어도어가 온전히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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