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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포항 백로·왜가리 서식지 벌목은 잔인한 행정편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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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철새 알 낳아 새끼 기르는 계절 벌목은 잘못"

시측 "상가와 밀집해 악취와 소음 민원 잦아 불가피"

뉴시스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경북 포항환경운동연합(대표 정침귀)은 2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포항시 남구 효자동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인 숲을 벌목한 것은 잔인한 행정 편의주의"라고 밝혔다.사진은 벌목된 철새 서식지.(사진=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 2024.05.02.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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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경북 포항환경운동연합(대표 정침귀)은 2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포항시 남구 효자동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인 숲을 벌목한 것은 잔인한 행정 편의주의"라고 밝혔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포항시 남구 효자시장 끝자락에 있는 폐교한 제철서초등학교 뒤편 숲은 형산강 유강지역 개발에 밀려 찾아온 백로와 왜가리들의 서식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이 일대는 상가들과 인접해 매년 백로들로 인한 악취와 소음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자주 제기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는 최근 백로들이 더 안쪽으로 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그 일대를 벌목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이미 백로들이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는 계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1일 제철서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이미 베어낸 아름드리 나무들이 쌓여 있고 굴삭기에 장착돼 작업 중인 기계는 굉음을 내고 있었다.

이 일대 숲 높은 가지에는 여러 둥지가 있고 수십 마리의 새들이 어지럽게 하늘을 날며 배회하고 있었다. 나무가 쓰러지며 내는 쿵 소리에 앉아 있던 많은 새들이 깜짝 놀라 일제히 날아오르기도 했다. 생명이 살아나는 봄의 숲에서 마주한 이 풍경에 지나가는 시민들도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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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경북 포항환경운동연합(대표 정침귀)은 2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포항시 남구 효자동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인 숲을 벌목한 것은 잔인한 행정 편의주의"라고 밝혔다.사진은 철새 서식지서 벌목된 아름드리 나무.(사진=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 2024.05.02.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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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시가 하필이면 왜 이 시기에 벌목을 감행했는 지 의아해하며 옛 서식지를 파괴한 것도 인간이요 이번 일도 인간의 불편으로 기인했건만, 백로들이 오지 않는 시기조차 조율하지 못한 행정 편의주의에 의해 인간 아닌 생명들이 살 곳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름철 그 숲의 백로들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알고 서식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은 차마 할 수 없지만 인접한 나무들을 정리해 백로들이 좀 더 안쪽으로 가도록 유인하는 정도의 벌목은 필요하다고 여겼고 작업도 산란기·육추기를 피해 지난 겨울에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시는 현재 진행 중인 벌목을 즉각 중단하라"며 "이미 베어낸 부지로도 충분히 백로들이 밀려나게 되었음으로 벌목을 최소화하고 백로들이 살 곳을 충분히 남겨두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한 "형산강에서의 먹이 활동을 위해 인근 숲에 자리 잡은 여름 철새 백로의 산란과 육추 과정이 봄부터라는 상식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에 기가 막힐 뿐"이라며 "백로들이 집을 잃고 배회하며 비행하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뭘 하는지, 왜 하는지 의아해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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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경북 포항환경운동연합(대표 정침귀)은 2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포항시 남구 효자동 백로와 왜가리 서식지인 숲을 벌목한 것은 잔인한 행정 편의주의"라고 밝혔다.사진은 굉음에 놀라 하늘을 나는 철새들.(사진=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 2024.05.02.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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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 해도 방법과 시기에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며 "수십 년 동안의 백로 서식지와 숲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며 그 숲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포항시인가, 포스코인가, 시민인가, 백로인가"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에 대해 시는 이날 "남구 효자동 인근 야산에 대한 벌목 작업을 일시 중단한다"며 "이번 효자동 인근 야산 벌목 대상지 인근은 주·상업 밀집 지역으로 매년 지역주민들이 소음과 악취 등으로 불편함을 호소함에 따라 이번에 시민 민원 해소 차원에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몇 해 전부터 백로 떼 외에 가마우지까지 출몰해 지역주민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민원이 늘었다"며 "다만 일부에서 백로 서식지 훼손에 다양한 의견을 제기해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신속하게 공사를 일시 중단키로 했고 향후에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과의 의견을 절충해 새 산란기가 지나는 9월 이후 작업 재개를 검토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dr.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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