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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멍거 없는 첫 연례회의, 버핏 후계자의 주식 수익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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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웨슐러와 토드 콤스, 버핏 주식 포트폴리오 운용 맡을듯
버핏과의 점심 자선 경매로 인연, 멍거에 전화해 버크셔 입사
운용 수익률은 S&P500지수 밑돌아… 버크셔 유산 사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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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사진 왼쪽부터)과 작고한 찰리 멍거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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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서 찰리를 볼 수 없으면 내 마음 속 어딘가가 그리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이자 농부 라일 매킨토시)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가 100세 생일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별세하자 오는 4일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회의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멍거 부회장 없이 열리는 첫 연례회의인 만큼 수십년간 주주들이 열광해온 '버핏-멍거 커플'의 혜안은 듣기 어려워졌다. 자본주의 토크 콘서트를 방불케했던 이들의 투샷은 이제 볼 수 없다.

멍거의 부재가 던지는 질문은 이보다 심오하다. 멍거에 이어 현재 93세인 버핏마저 없는 버크셔의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크셔 경영과는 별개로 약 3540억달러(약 490조원)에 달하는 버핏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테드 웨슐러와 토드 콤스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제2의 '버핏과 멍거' 듀오가 될 수 있을까.


버핏 주식 바구니 맡을 두 사람, 운용 수익률 보니…

웨슐러는 2010년과 2011년 연속으로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위해 경매에서 수백만달러를 지불한 후 버크셔에 고용됐다. 콤스는 멍거에게 편지를 보내 만나자고 요청한 후 2010년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신문과 기업 연례 보고서는 물론 무역 간행물이나 원자재 주간지까지 읽는 독서광이란 점에서 버핏-멍거 커플과 궤를 같이한다.

모두 상대적으로 무명인 상태에서 버크셔에 합류했다. 현재 53세인 콤스는 보험회사 프로그레시브에서 시작해 코퍼아크캐피탈에서 근무한 후 2005년 자신의 펀드인 캐슬 포인트 캐피탈을 설립했다. 61세의 웨슐러는 WR 그레이스에서 재무분석가로 일한 후 사모펀드그룹 쿼드-C의 창립을 도왔고 2000년 자신의 헤지펀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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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이끌고 있는 미국의 투자 전문 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로고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스크린에서 비춰지고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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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에 입사한 후 수년 동안 두 사람은 매주 월요일 버핏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투자에 관한 메모를 교환하고 대화를 나눴다. 팬데믹 이후에는 웨슐러는 여전히 오마하에서 버핏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지만 콤스는 2019년 버크셔의 보험 자회사인 가이코를 운영하게되면서 통근을 시작했다. 버핏은 콤스와 웨슐러를 채용한 게 자신이 내린 "최고의 결정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두 사람은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운영하고 있는 버핏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펀드를 운영해 자신만의 경력를 쌓고 있다. 버크셔 입사 초기에 두 사람은 마스터카드, 비자 및 의료회사 다비타 등에 투자해 2012년과 2013년에 S&P500지수의 수익률을 앞섰다. 그러나 이후의 포트폴리오는 S&P500은 물론 버크셔 투자의 약 90%를 여전히 운용하는 버핏보다 성과가 뒤진 경우가 많다. 버핏은 버크셔에서 근무하는 동안 S&P500보다 430만% 이상 높은 성과를 냈다.

팬데믹 이후 콤스와 웨슐러의 기록은 더 악화됐다. FT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모두 S&P500 수익률보다 두 자릿수 하회했고 지난해에도 지수보다 수익률이 떨어졌다. 모닝스타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두 사람의 펀드는 지난 10년간 약 7.8%의 연평균 수익률을 냈다. S&P500의 수익률(12%)과 버핏(10.2%)의 수익률에 미치지 못한다. 10년 중 7년 동안 지수를 하회했다.


버크셔 10년 간 최고의 결정, '애플' 투자 이끌어

그렇다해도 두 사람이 그간 버크셔에 기여한 바는 크다. 버핏은 기술주를 선호하지 않는 반면 콤스와 웨슐러가 애플 투자를 주도했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버크셔의 투자 중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꼽힌다. 버크셔는 400억달러를 들여 애플 주식을 매입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이 주식의 가치는 약 1750억달러로 버크셔 전체 가치의 5분의 1이 넘는다. 지난해 말까지 버크셔는 애플 투자로 3배를 벌어들였다. 애플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버크셔의 지난 10년간 수익률은 S&P500지수를 지금보다 한참 하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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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토드 콤스(사진 왼쪽)와 테드 웨슐러/사진제공=소셜미디어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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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이 물러나도 콤스와 웨슐러는 버크셔의 이점을 상당 기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처럼 투자자를 찾을 필요가 없고 배당 압력도 없는 데다(버크셔의 마지막 배당금 지급 시기는 1967년이다), 버크셔의 보험 사업 덕분에 신용에 대한 접근도 저렴하다. 두 사람의 수익률이 버핏에는 미치지 못해도 회사채와 국채 수익률은 무난히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두 사람이 풀어야 할 구조적 단점도 있다. 버핏이 은퇴할 즈음 버크셔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자금 관리자 중 하나로, 버크셔의 개별 운영부서보다 더 큰 주식 포트폴리오를 갖게 된다. 버크셔의 후임 최고경영자(CEO)인 그렉 아벨과 함께 168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현금자산을 어떻게 투자할지가 관건이다.

1983년 이후 대부분의 버크셔 연례회의에 참석해온 샤프인베스트먼트의 제리 베이크 수석투자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것은 일종의 새 시대로의 전환"이라며 "사람들은 (버크셔를) 이어갈 다음 세대에 대해 더 친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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