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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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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서 노획한 서방 무기 공개···“러 군대의 트로피” 대대적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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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앞두고 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시 ‘러시아 군대의 트로피’에서 관람객들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노획한 미국 에이브럼스 전차를 구경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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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당국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에게서 노획한 서방의 전차와 무기를 공개하는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오는 9일 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2차 세계대전을 연결 지으며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행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BBC와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모스크바 승리 공원에서 ‘러시아 군대의 트로피’라는 제목의 야외 전시가 열렸다. 입구부터 긴 줄이 서는 등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시품에는 미국 주력전차인 M1 에이브럼스, 독일 주력전차인 레오파르트 등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한 전차들이 포함됐다.

러시아군이 노획한 미국·영국·호주 장갑차 30대 이상, 스웨덴·오스트리아·핀란드·체코 등에서 생산된 기타 군용 장비들도 함께 전시됐다. 앞 유리창이 총알 구멍으로 뒤덮인 영국군의 허스키 전술지원 차량도 공개됐다. 관람객들은 전시된 무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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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군이 노획한 영국군의 허스키 전술지원 차량이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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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는 전시 소개글을 통해 “역사는 반복된다”며 소련 역시 1943년 독일군에게서 노획한 전차와 장비를 전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43년과 오늘, 이 전쟁의 트로피들은 우리의 힘을 반영한다”며 “서방의 어떤 무기도 전세를 뒤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이 대대적으로 기념해온 전승절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2차 세계대전을 연결지으며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승절은 1945년 5월9일 소련이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 정부를 ‘신나치 정권’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신나치의 탄압’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해 왔다.

BBC는 “실제 이번 전시는 2차 세계대전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만, 러시아 당국은 자국민들이 2차 세계대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길 원한다”며 “러시아가 외부의 공격을 받고 있는 ‘희생자’라는 의식을 심어주길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비롯한 ‘서방 전체’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크렘린궁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610억달러 규모 군사 지원을 결정하는 등 서방의 지원에도 러시아군이 전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란 해석도 있다. 전시장에는 “우리의 승리는 필연적이다”라는 문구가 쓰인 커다란 팻말이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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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시 ‘러시아 군대의 트로피’에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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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크라이나도 지난해 여름 수도 키이우에서 불탄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를 공개하는 유사한 전시를 연 바 있다.

국제전략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022년 전쟁 발발 이전 전체 재고에 해당하는 3000대 이상의 전차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잃었다. 그러나 전쟁 기간 내내 전차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며, 수년간 사용할 수 있는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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