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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국내 첫 ‘딸 출산’ 레즈비언 부부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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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세연(왼쪽)씨, 김규진씨 부부. /코스모폴리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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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동성 커플로는 처음으로 딸을 출산해 화제를 모은 김규진(32)씨‧김세연(35)씨 부부가 한 잡지 인터뷰에서 근황을 알렸다. 앞서 두 사람은 작년 8월 딸 출산 소식을 전했던 바 있다.

코스모폴리탄은 지난달 30일 김규진·김세연씨 가족의 인터뷰를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두 사람은 2019년 뉴욕에서 정식 부부가 됐다. 이후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무기명·랜덤 방식으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 작년 8월 출산했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국내에선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당시 규진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오출완(오늘 출산 완료)’라는 글을 올려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혈연’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세연씨는 “서로 사랑하고,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가족”이라며 “거창할 거 없다”고 했다. 규진씨 역시 “민법상 가족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물론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까지다. 그런데 재밌는 건 후자의 경우 ‘생계를 같이 할 경우에만’이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는 것”이라며 “함께 지내는 게 가족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혈연만이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고, 와이프가 말한 것처럼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규진씨와 세진씨는 당초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으나, 규진씨가 성 소수자에 비교적 개방적인 프랑스로 파견을 가게 되면서 임신을 결심했다고 한다. 규진씨는 “원래는 저도 와이프도 아이 생각이 없었다. 와이프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저는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었다”면서도 “마침 제가 프랑스로 파견을 갔다. 정자 기증 센터와 접근성이 좋아지니 시작하기 용이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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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부부로서 국내 최초로 임신 사실을 알린 김규진씨(31).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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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던지는 악플에 대해 규진씨는 “저희를 실제로 만나면 절대 그런 말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진씨는 “맘카페뿐 아니라 모교 커뮤니티에도 (악플이) 올라오고, 와이프가 의사인 걸 밝혔는데 의사 커뮤니티에도 올라온다”며 “한번은 맘카페의 악성 게시글에 ‘저도 엄마여서 여기에 있는데요’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너무 죄송하다며 지우더라”고 일화를 공개했다.

두 사람은 향후 아이에게 어떻게 ‘젠더 교육’을 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규진씨는 “어떻게 자라든 전형적이진 않을 것”이라며 “벨기에 클리닉에서 ‘주변에 매일 보는 남성이 없을 텐데 그런 점은 어떻게 대응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상담사분이 필터링으로 걸러진 사람들만 보는 게 아니라 남성의 장점과 단점, 여러 면을 다 보여줘야 아이가 다양한 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세연씨도 “우리가 엄선해서 어른들을 보여준다면, 그건 현실이 아니다”라며 맞장구쳤다.

끝으로 두 사람은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긍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연씨는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자신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규진씨는 “이 사회의 모두가, 모든 가정이 다 똑같은 모습이라면 이렇게 재미있진 않을 것”이라며 “다들, 함께, 지금까지처럼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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