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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살려달라' 애원하는 모습 떠올라 억장 무너져"..'부산 추락사' 20대女 유족 '눈물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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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측, 첫 재판서 스토킹 등 혐의 대부분 인정
"13시간 초인종 누르고 365회 메시지 전송"


파이낸셜뉴스

유족이 공개한 피해 여성 다리에 생긴 멍자국. 출처=M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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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 남자친구의 상습적인 폭력을 호소해 온 20대 여성이 지난 1월 부산 한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진 가운데 가해 남성이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배진호 부장판사)는 특수협박, 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손괴, 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여자친구집 앞, 13시간동안 집 현관 두드리고·수차례 협박한 혐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10월 6일 오전 5시3분쯤 B씨의 주거지를 찾아 전날 이별 통보를 받은 데에 격분해 "자살하겠다, 죄책감 갖고 살아라"는 메시지와 유서 사진을 전송해 B씨를 협박했다.

또 12월 9일에는 B씨가 다른 사람과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화가 나 B씨 주거지의 욕실 타일을 깨뜨렸다. 이날 새벽 1시17분쯤 이웃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집에서 ?겨나게 되자 인근에 머무르면서 오후 3시까지 13시간동안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고, 365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8~12월 사이 B씨가 여러 번 헤어지자는 의사를 밝혔으나, 수차례 B씨의 주거지를 찾아 와인잔을 깨뜨려 자해를 하거나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B씨를 상대로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마지막으로 이별을 통보한 지 약 한 달 뒤인 지난 1월 7일 오전 2시30분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9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는 당시 B씨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A씨였다.

A씨 측은 이날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A씨 측 변호인은 “특수협박 혐의와 관련해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의자를 집어던진 행위가 해악 등의 고지가 있었는지 법리적으로 다툰다”고 말했다.

유족 "딸의 억울한 죽음, 가해자 잘못 깨닫게 엄벌 촉구"


유족 측은 사건 직후부터 타살을 주장했으며, 유족 측 변호인은 자살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B씨의 모친은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딸이 억울하고 허망하게 죽었다"며 "(사고당일) A씨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딸이 떨어져 죽을 일은 없었다"고 흐느꼈다.

이어 "딸이 A씨한테 맞았다는 것을 12월 28일에서야 알았다"며 "3일 뒤 만난 딸한테 왜 맞고 있었냐 물으니 '헤어지자 했더니 때리고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면 또 때리고 오뚜기처럼 (맞았다)'이라고 하면서도 이젠 헤어져서 괜찮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B씨의 여동생도 "지금까지도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는 가해자의 오만함에 다시한번 분통이 터진다"며 "창틀에 매달려 살려 달라 애원하는 언니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엄벌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평소 본인의 누나가 배우이고, 아버지가 법조계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B씨가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한 상황이고, 기소된 사건과 피해자 사망의 관련성을 아직까지 알긴 어렵다"며 "검찰 측에서 추후 피해자 사망이 구형이나 양형 등에 반영될 필요성이 있는지 의견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9일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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