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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완구 매출 50% 뚝, 이러다 폭망"…중기는 지금 '중국 직구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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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發 경제전쟁]⑨생산 단가 낮은데 무관세·무인증 혜택

유통·제조업체 모두 초비상…중소기업 80%가 "매출 감소 우려"

[편집자주]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e커머스가 주도하는 '차이나 덤핑'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염가 공세에 소비자는 무방비로 노출됐고 소상공인은 생존 위협에 처했다.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 전쟁'으로 번질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하고 엄중한 대처는 물론 개인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C커머스의 실태와 문제점, 대응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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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국내 완구회사들은 이미 매출이 40~50% 줄었습니다. 알리, 테무의 공세와 저출산, 경기침체 등이 겹친 영향인데, 분명한 건 중국산 해외직구 제품의 영향이 크다는 겁니다."(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관계자)

"(중국發 직구 제품으로 인한) 적자가 더 커지면 생존이 어려워집니다.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A 욕실자재업체 대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산 제품보다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C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제품이 저렴한 가격은 물론 천문학적인 광고비에 힘입어 빠르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어서다.

이미 50% 이상 중소기업이 C커머스 공습에 따른 매출 감소를 겪고 있으며 80% 이상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알리와 테무가 국내 유통시장을 장악하면 국내 경제의 근간이자 전체 기업 수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역시 큰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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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다 넘어가겠다"…중국 직구 제품, KC인증 시간·비용 없어 유리

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조업 및 도·소매업종 중소기업 32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직구로 인한 피해 관련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32.9%는 C커머스가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47.8%는 아직 영향은 없지만 향후 매출 감소를 예상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도한 면세 혜택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53.1%)를 꼽은 답변이 가장 많았고 △직구 제품의 재판매 피해(40.0%) △지식재산권 침해(34.1%) △국내 인증 준수 기업 역차별 피해(29.1%) △매출 감소(15.0%) 순이었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유통·제조업 모두 비상이다. 지난달 15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백화점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여 C커머스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으로 꼽히는 완구업계도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에서 '한국제품안전관리원-완구업계 해외직구 및 구매대행 대책 간담회'를 열고 대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으나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박찬규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국내 완구회사들은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서 들여오더라도 관세를 내고, KC안전검사를 거치고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환경부담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과대포장 규제로 인해 포장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전부 비용이 드는 것"이라며 "특히 RC처럼 모터를 사용하는 장난감은 전자파 검사도 5년마다 해야 하는데 이런 비용이 많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간 무역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타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송치영 한국산업용재협회장은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안전인증을 받기 위해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재고를 쌓아놔야 한다"며 "그런 게 없으니,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대응도 못하고 있는데,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알겠다"면서도 "이러다가 나라가 다 넘어가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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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증·무관세 제품 유입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전 세계적으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은 기술력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중국산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은 중국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적은 인건비로 생산 단가가 낮을 뿐만 아니라 낮은 관세, KC인증 비용 미발생 등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상대하기 어려워서다.

고공 행진하는 물가도 알리와 테무의 약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으로 큰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제품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현저히 저렴한 중국산 직구 제품은 어느 때보다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국발 해외직구 플랫폼으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의 80% 이상이 타격을 받았거나 우려된다고 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매우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한 양의 무인증·무관세 제품들이 국내 소비재 시장에 유입되고 있어서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위기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화두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이 선진국을 넘어 개발도상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 1990년대보다 더 큰 영향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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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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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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