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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눈물의 여왕 스태프들도 ‘전재준’이라고 불렀어요”…마흔이 즐거운 배우 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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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윤은성’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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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야!” 배우 박성훈(39)이 인터뷰 도중 돌연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질렀다. 목에 핏대가 섰고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찰나 그가 표정을 풀고 웃었다.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박성훈이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맡았던 ‘윤은성’ 캐릭터의 즉석 연기였다. 윤은성은 퀸즈 그룹을 무너뜨리고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와 범죄를 저지르는 악역이다.

“어제 막방(최종회)을 사무실에서 봤는데 너무 안타까워 제가 그만 울었습니다. 윤은성이 평생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허망하게 떠난다는 생각에요. 시청자께서 한편으로는 ‘짠하다’라는 감정을 느끼기를 바라고 연기했어요.”

<눈물의 여왕>이 tv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24.9%)로 종영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박성훈을 만났다. 악역으로 뇌리에 박혔기 때문인지 마주앉으니 내심 긴장됐다. 박성훈은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전재준’으로 대중에게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겨 전재준이란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심지어 <눈물의 여왕> 스태프들도 박성훈을 실수로 ‘재준씨’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박성훈은 전재준이란 배역을 행운으로 여긴다.

“박성훈이라는 이름은 너무 흔해서 사람들이 잘 외우지 못하세요. 배우는 자신을 ‘어디 나온 누구’라고 설명해야 하는데 저는 ‘전재준’ 세 글자로 딱 떠올리게 되잖아요. 한때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였던 (조)정석이 형처럼 연기를 계속 해 나가면 언젠가 이름을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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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와 <눈물의 여왕>에 이어 개봉 예정인 영화 <열대야>에서도 마약 판매책 ‘만수’라는 악역을 맡았다. ‘악역 전문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 걱정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재밌는 이야기와 매력 있는 캐릭터를 기준으로 대본을 골라요. 그래도 이제 악역은 피하고 선역 위주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나쁜 성훈이는 당분간 주머니에 넣어두는 걸로요.”

박성훈은 올해 세계적인 기대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2>의 배역에도 이름을 올렸다.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덕분에 잡은 기회다. 박성훈은 2021년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조기 종영하자 단막극 <희수>에 출연했다. 시청률 1%의 작품이었지만 이때 연기를 눈여겨본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2>에 박성훈을 캐스팅했다. “전화위복이죠. 저는 제작진이 어떤 작품을 보시고 다음 작품에 불러주시는 일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시청률이 저조하더라도 낙담하지 않아요.”

박성훈은 성실한 배우다. 온 가족이 반지하방에 살 정도로 가난했지만 배우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영화 <쌍화점>의 단역부터 시작해 영화, 드라마, 연극을 오가면서 쉼 없이 활동해왔다. 다음달부터는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빵야>에 출연한다. “저는 ‘연기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은 해도 ‘나는 안 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아무도 몰라줘도 저는 어딘가에서 항상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한 장면, 한 작품, 그렇게 조금씩 성장했던 것 같아요.”

박성훈은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이 됐다. “늘 40대가 되기를 기다려왔다”는 그는 “나이 먹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육체적으로는 지쳐도 정서적으로는 포만감이 가득하니까 직업적 만족도는 최상이에요. 이순재, 신구 선생님처럼 지긋하게 나이가 늘어서도 장르를 넘나들며 현장과 무대를 지키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를 꼭 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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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윤은성’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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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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