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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공급·설비는 다다익선? 반도체 시장, 벌써 과열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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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올 HBM 공급, 전년比 3배…내년엔 올 2배 이상"

하이닉스 "HBME3 공급 확대…메모리 시장 규모 호황기 수준 전망"

반도체 산업 리더 "공급과잉 이미 존재하거나 향후 4년내 올 것"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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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시장 부활을 예고하고 나섰다.

두 업체는 공급과 설비를 대폭 확대하며 다시 기지개를 펴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인데 시장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과잉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오고 있어 업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어닝서프라이즈…AI반도체 향해 전력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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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잇달아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 6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며 적자 행진의 고리를 1년 만에 끊고 흑자 전환했다.

앞서 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2조 8860억 원으로 집계됐다며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두번째로 높은 실적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AI(인공지능)용 고부가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을 대폭 늘리고, 추가 기술 개발 및 설비 투자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부문 김재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30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올해 HBM 공급 규모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며 "해당 물량은 고객사와 공급 협의까지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에도 올해 대비 최고 2배 이상 (HBM을) 공급할 예정으로 해당 물량에 대해서도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특히 5세대 제품인 HBM3E 제품, 그중에서도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의 랩프업(생산량 확대)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HBM3E 역시 고객사의 타임라인에 맞춰서 (제조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8단 제품은 이미 초기 양산을 개시했다"며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도 빠르면 올해 2분기 말부터 관련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하반기 HBM3E로의 급격한 전환을 통해 고용량 HBM 시장 선점에 주력하겠다"며 "HBM3E 비중은 연말 기준 HBM 판매 수량의 3분의 2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설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가 11조3천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모리의 경우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를 지속하고 특히 HBM/DDR5 등 첨단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설비 및 후공정 투자에 집중했다는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보다 발빠르게 HBM 시장을 선점한 하이닉스도 올해 HBM 공급을 확대하며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25일 1분기 컨콜에서 "HBM3E는 올해 고객 수요 맞춰 공급량 확대할 예정이며 작년 대비 증가하는 공급 능력을 활용해 고객 기반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HBM3E과 관련해서는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 제품은 8단"이라며 "12단 제품은 고객 요청 일정에 맞춰서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인증 거쳐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내년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EUV 생산성과 1b나노 테크 완성도 기반으로 HBM3E 양산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현재 진척도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 HBM3와 비슷한 수율 달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HBM3E 12단 제품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TSMC와 협업해 HBM4의 개발과 첨단 패키징 기술 협력에 나서기로 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아울러 충북 청주에 건설할 신규 팹(반도체 생산공장)인 M15X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HBM 등 차세대 D램의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38억7천만달러(약 5조2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시설을 짓고 2028년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 양산에도 나선다.

AI 반도체, 급성장 중이지만 공급도 급확대…공급 과잉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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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경쟁적으로 캐파(생산능력) 확대와 이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AI 기술과 그에 따른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오는 2027년에 AI 반도체 시장이 1194억 달러(우리돈 약 15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며 3년 만에 무려 3배 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도 지난해 반도체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AI 분야에 집중한 기업들이 관련 혜택을 보면서 AI반도체가 이 분야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AI 분석 기술 속도 및 기능 향상에 활용되고 있는 GPU에 채택된 HBM 수요는 1Gb 단위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의 강한 성장세를 보였고, 옴디아는 올해 HBM이 150~200% 사이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각국 정부와 각 기업의 투자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반가운 소식 만은 아니다.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하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자국 반도체 생태계 재건을 위해 총예산 527억달러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제정해 이를 바탕으로 인텔과 TSMC의 생산시설을 자국 내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미국에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600개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도 지난 3년간 4조엔(약 36조원) 규모의 파격적인 반도체 지원 기금을 마련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에 1조8000억엔(약 16조원)을 지원하며 투자를 유치했고, 중국은 2차에 걸친 63조원 규모의 국가 펀드 조성으로 반도체 공급망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회장 빌 토마스)가 최근 발간한 '2024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경영진들은 올해 반도체 산업 전반 매출이 성장하고 수익성도 개선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10명 중 7명(75%) 이상은 반도체 공급 과잉이 이미 존재하거나, 향후 4년 내 올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그중에서도 각 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HBM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SK하이닉스는 "공급사들의 캐파 확대로 HBM 시장이 공급 과잉에 직면 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으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4년 이후 HBM 시장은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매개변수) 증가, 모달리티 확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고 선을 그었다.

급격한 성장세를 감안하면 업계의 경쟁적인 공급 확산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권석준 교수는 "현재로서는 HBM이 D램보다 GB당 단가가 높아서 유리하겠지만 AI반도체 성장세가 둔화된다면 오히려 D램의 포션을 많이 가져가는 쪽이 시장의 변동에 더 유리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HBM으로의 쏠림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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