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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자동차와 法]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 부과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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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IT동아

출처=엔바토엘리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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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헌법 제59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와 더불어 국민의 양대 의무로, 조세평등주의와 조세법률주의로 이뤄져 있습니다. 자동차세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방세 제127조에 규정된 자동차세 과세 표준과 세율에 따르면 자동차 종류에 따라 자동차세를 달리 부과합니다. 문제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정하다 보니, 전기차가 등장한 이후 조세평등의 원칙에 해당 규정이 부합하는지를 두고 계속 논란이 생기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2023년 기준 ▲판매가 1975만원인 아반떼 1.6 (1,598cc)의 자동차세는 29만820원 ▲판매가 4266만원인 그랜저 하이브리드 1.6(1,598cc)의 자동차세는 29만820원 ▲판매가 1억1300만원인 벤츠GLE 300d(1993cc)의 자동차세는 51만8180원 ▲판매가 6211만원 제네시스 G80 3.5 터보의 자동차세는 90만2200만원입니다.

반면 판매가 1억1525만원인 전기차 테슬라 모델S의 자동차세는 13만원입니다.

이처럼 내연기관의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가 정해지다 보니, 내연기관보다 훨씬 비싼 전기차가 오히려 자동차 세금을 적게 내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자동차세가 부과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IT동아

출처=엔바토엘리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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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정하도록 한 지방세법 규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10헌바85)이 있었습니다. 위 결정에서 헌재는 "자동차세는 재산세 성격도 있지만, 도로이용 및 파손에 대한 사용자 부담금의 성격과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을 발생시키는 행위에 대한 부담금의 성격도 있다"며 "자동차세의 올바른 산정을 위해서는 자동차에 대한 재산으로서의 평가뿐만 아니라 도로 이용 내지 교통혼잡, 대기오염 유발에 대한 사회·경제적 평가 등 다양한 변수와 조건을 고려해 가변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법률조항이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과세한다고 해서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에 개선은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있었는데요. 정부는 작년 8월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 관련 국민참여토론에서 자동차세 산정, 기초생활수급자격 선정 등 배기량 중심 자동차 재산기준의 적절성 판단과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주제로 투표 및 게시판 댓글을 통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찬반투표에서는 총투표수 1693표 중 86%가 현행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에 찬성했으며, 자유토론에서는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부과 개선 필요 의견이 74%를 차지했습니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 합리적이고 공평한 세금 부과 필요성 등을 고려해 자동차세 산정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는 차량가액, 차량가액 + 다른 기준(운행거리, 배기량, 온실가스 배출량 등), 운행거리순으로 의견이 제시된 가운데, 차량무게, 차량크기, 연비 등 다양한 요소도 언급됐습니다.

정부는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에 ▲기초생활 보장, 장애인 복지, 한부모 가족 지원제도상 수급자격 산정 시 적용되는 배기량 상한을 각 제도의 취지와 목적, 시대와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폐지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 ▲자동차세 부과 시 적용되는 배기량 기준을 자동차에 대한 공정과세 실현,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차량가액 등 다른 기준으로 대체 또는 추가·보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자동차세 형평성 논란은 과세기준을 배기량으로 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최근 자동차 배기량은 줄이되 출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기술 발달로 고가 차량의 배기량이 줄고 있습니다. 또 수입차의 경우 차량 가격은 높지만, 배기량이 적어 국산차보다 세금이 적게 산정되는 경우도 있으며,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 수소차 등의 보급이 늘면서 현행 제도는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공평 과세 기준에 더욱 부합하는 합리적인 자동차세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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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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