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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퍼즐 맞춘 한남뉴타운, 1만가구 富村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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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기다려온 재개발 이제서야…


서울 한강변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뉴타운(재개발촉진지구) 사업이 퍼즐 조각을 착착 맞춰가고 있다. 사업이 빠른 구역은 일반분양을 앞뒀고, 사업 초기인 구역들은 재개발 계획안이 속속 심의를 통과하고 있다. 고급 주거단지로 변신할 것이라는 기대 덕에 일대 분위기는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붕 떠 있는 모습이다.

한남뉴타운은 서울 용산구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5개 구역 중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2~5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각 구역의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총 1만3000여가구의 새 보금자리가 공급된다. 워낙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지다 보니 20여년간 개발 속도가 지지부진했는데 최근 들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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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한강뷰 5구역, 심의 통과

작지만 일반분양 물량 많은 4구역

가장 최근 소식을 전한 곳은 5구역이다. 건축심의를 통과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눈앞에 뒀다. 서울시는 최근 열린 제8차 건축위원회에서 ‘한남5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 사업(이하 한남5구역)’ 계획안이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한남5구역은 용산구 동빙고동 일대 18만3707㎡ 부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이번 심의 통과로 지하 6층~지상 23층 56개동, 2592가구 규모 아파트로 신축할 수 있게 됐다. 당초 2555가구를 조성하려던 계획에서 37가구가 늘어났다. 총 2592가구 가운데 공공 물량이 390가구 포함돼 있고 단지에는 부대복리시설과 판매시설, 오피스텔 1개동(146실)과 근린생활시설도 조성된다. 조합원은 1547명이다.

한남5구역은 다른 구역이 대부분 가파른 구릉에 있는 것과 달리 평지비율이 가장 높아 한남뉴타운 중 입지가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초·중·고교도 도보권에 있으며 정통 부촌 중 하나로 꼽히는 동부이촌동과도 맞닿아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발표한 ‘한남동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남5구역은 용산공원이 옆에 위치해 쾌적하고, 신분당선이 예정된 동빙고역이 도보권에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강변북로와 길게 맞닿은 덕분에 한강 조망 가구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남뉴타운 중 평지 비율이 가장 높다.

다음으로 속도를 내는 곳은 한남4구역이다. 한남4구역은 한남5구역과 마찬가지로 남산 경관 아래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가 강점이다. 조합은 서울 중심부 녹지구역이자 시민 쉼터인 남산 경관을 최대한 보호하고 입주민이 한강 조망의 특혜를 누릴 수 있도록 개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16만258㎡ 규모인 한남4구역은 지난해 12월 열린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를 통해 당초 2167가구보다 164가구 늘어난 2331가구 공급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이 가운데 1166가구가 조합원 물량이고, 공공임대주택도 350가구 포함됐다. 대신 용적률은 210% → 226.98%로 상향 조정됐고 건폐율은 31% → 29%, 최고 높이는 95m에서 90m로 낮췄다. 한남뉴타운 4개 구역 가운데 대지면적은 가장 작지만 일반분양할 물량이 많아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남4·5구역은 조만간 시공사 선정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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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황제 재개발’로 통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이 구역별로 속도를 내고 있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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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6가구 ‘랜드마크’ 3구역

대지지분·사업성 높은 2구역

이외에 속도가 가장 빠르고 규모도 큰 곳은 한남3구역이다. 한남3구역은 한남동 일대 38만6400㎡에 아파트 6006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지난해 6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같은 해 10월부터 한창 이주를 진행 중이다. 한남3구역에서 이주가 진행 중인 가구는 8300여가구로, 이 가운데 6500여가구가 세입자다. 상가 세입자 손실 보상 등을 고려하면 향후 최종 이주 절차에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3구역은 이주를 진행하는 동안 최근 정비계획을 변경하며 기존 5816가구에서 6006가구로 가구 수를 소폭 늘렸다. 지난해 조합 측이 재정비촉진계획변경안을 접수했고, 이에 따라 용적률 조건(232.5% → 238.5%) 등이 소폭 완화되면서 임대주택을 포함해 가구 수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예정된 일반분양 물량도 다소 증가할 예정이다. 한남3구역 일반분양은 올해로 예정돼 있으며 2029년 입주를 계획 중이다.

보광동 일대 11만5005㎡ 부지에 아파트 31개동 1537가구를 짓는 한남2구역은 최근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아 관리처분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부지 규모가 작지만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낀 데다 일반분양 비율(45%)이 높고 평균 대지지분(55.44㎡)이 커서 한남3구역(각각 27%, 48.84㎡)보다도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한남써밋’을 단지명으로 정해놨다.

한 가지 남은 숙제는 고도 제한 완화 여부다. 재정비촉진지구로 묶인 한남뉴타운은 현재 남산 경관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해발 고도 90m 이하로 높이 제한을 받고 있다. 아무래도 고도가 높은 2·3구역이 영향을 크게 받는데, 3구역의 경우 층수 변경을 추진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특히 2022년 11월 대우건설은 2구역 시공사로 선정될 당시, 고도 제한을 118m까지 풀어 최고 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른바 ‘118 프로젝트’다. 다만 고도 제한을 완화하려면 서울시에 정비계획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시는 높이 규제 완화에 회의적이다. 이 탓에 인허가 작업이 어려워졌지만 대우건설이 ‘프로젝트 이행이 미흡할 경우 공사비에서 물가 인상률을 차감하고 착공 기준일을 유예하겠다’는 보상안을 발표해 당장은 시공사 해지 위기에서는 벗어난 상태다. ‘118 프로젝트’ 가능 여부는 오는 8월 31일까지 판단하기로 했다.

구역 대부분이 사업에 진척을 보이면서 한남뉴타운 대지지분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대지지분에 따라 가격 차이는 천차만별이고 구역별로 장단점도 각각 다르지만 사업 속도나 입지, 한강 조망, 사업성 등 각각의 이유로 모든 구역 지분 가격이 비슷하게 오르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남4구역 내에 있는 보광동 ‘신동아아파트’ 전용 84㎡는 올 1월 고가인 24억원에 매매 거래된 후 24억~25억원에 매물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지난해 9월 실거래가(21억원)보다 3억원, 지난해 6월(19억~20억원)보단 4억원 이상 더 올랐다. 이 아파트 대지권이 33.25㎡(약 10평)인 점을 감안하면 3.3㎡당 가격이 약 2억38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최근 전용 59㎡ 배정이 예상되는 4구역 내 103㎡짜리 도로가 15억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 한남5구역의 나대지 198㎡가 45억원에, 대지권 약 41㎡(12.5평)의 빌라 매물은 25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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