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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문화도 제도도 엉망" 2류 이륜차 이대로 괜찮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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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 김정덕 기자]

문화는 저급하고, 산업은 죽었고, 제도마저 엉망이다. 국내 이륜차 문화와 산업, 제도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자동차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유용한 교통수단인 이륜차가 문제투성이란 얘기다. 정부가 국내에 돌아다니는 이륜차의 대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륜차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이류' 이륜차, 이래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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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부분은 교통법규를 무시한 채, 보행자를 위협하며 내달리는 일부 배달 라이더가 떠오를 거다. 일부는 삼일절과 광복절에 어김없이 등장해 도로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폭주족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 때문인지 '오토바이=위험한 것'이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이륜차가 가장 많이 쓰이는 배달시장의 사례를 보자. 팬데믹 이후 국내 배달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2조7326억원이었던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23년 26조4326억원으로 6년 만에 10배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혁신적인 배달시스템을 가졌기 때문인데, 그 시스템의 근간엔 안타깝게도 배달 라이더들의 무법운전이 있다.

일례로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는 배달 라이더를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선 무단 유턴이나 신호 위반은 기본이다. 인도를 달리기도 하고, 보행자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한다.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그들의 위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을 아이템으로 삼은 유튜버가 영웅으로 대접받을 정도다.

배달시장만이 아니다. 일반 자동차 운전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폭주족들의 곡예 운전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이륜차 폭주족들의 폭주는 절정에 달해 경찰들도 속수무책이다.

이륜차 운전자들의 운전 문화가 이렇다 보니 교통사고도 적지 않다. 전체 이륜차 수 대비 교통사고 비율은 0.72%로 승용차(0.61%)보다 0.11%포인트 높다(2022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2.52%로 승용차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0.92%)의 2.7배다.

최근 5년(2018~2022년ㆍ경찰청 최신 통계 기준) 평균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14명이다. 매년 1명 이상이 이륜차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인구 10만명당 이륜차 승차 중 사망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5명)보다 7.8배 높은 3.9명(2020년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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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편한 상황을 개선할 제도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제도는 더 낡았다. 등록제로 운영하는 자동차와 달리 이륜차는 아직까지 신고제다. 두 제도의 차이는 정부의 강제적인 관리ㆍ감독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다. 신고제는 필요한 서류를 법에 맞게 구비만 하면 정부가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다. 반면, 등록제는 일정한 등록 요건을 갖췄는지 실질적인 심사를 한다.

아울러 등록제에선 차량의 정비도, 검사도, 보험도, 폐차도 명시된 규정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신고제에선 강제 기준이 별로 없다. 예컨대, 사용신고만으로 이륜차를 사용할 수 있으니, 폐차를 할 때도 말소신고만 하면 끝이다. 폐차할 이륜차의 이력도 따지지 않는다.

심하게 말해 CCTV를 잘 피하기만 하면 아무 산에나 갖다 버려도 문제가 없다는 거다. 반드시 폐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자동차와는 너무나 다르다. 번호판 없는 이륜차가 전국에 수두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니 국토교통부가 매월 이륜차 신고현황을 발표해도 그게 정확한 데이터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전문가들이 이륜차 등록제의 필요성을 그토록 강조해왔지만, 국회에선 법을 바꿀 생각이 없다.

이렇게 문화도 제도도 엉망진창인데, 정부와 정치권이 손까지 놓은 상황에서 이륜차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내의 전통적인 이륜차 제조사는 디앤에이모터스(옛 대림자동차)와 KR모터스(옛 효성기계공업) 두 곳이다.

모두 일본 기업과 합작사 형태로 존재할 땐 경쟁력이 있었지만 독자 노선을 걸은 후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제조사로서의 명맥만 유지할 뿐 이미 중국산 이륜차를 수입해 파는 게 주요 사업이 된 지 오래다.

내연기관 이륜차 시장 상황이 이런데, 전기 이륜차라고 다를 리 없다. 현재 정부는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 이륜차로 대체하기 위해 전기 이륜차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기 이륜차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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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악화일로를 걷는 이륜차 산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되살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신고제를 등록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부가 이륜차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적절한 규제로 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

이륜차의 폐차 문제도 해결책이 있다. 유럽에선 이륜차를 판매할 때 일정 비용을 얹어서 판매한다. 이후 일정 비용을 보관하고 있다가 해당 이륜차가 폐차장에서 정식으로 폐차할 때 돌려줌으로써 이륜차의 회수를 유도한다. 우리도 충분히 벤치마킹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면서 일부 규제는 재고해야 한다. 예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이륜차가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를 달리지 못한다. 무작정 달리게 해주자는 게 아니다. 고배기량 이륜차의 경우는 실증해 볼 필요성이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런 때 이륜차 산업이 죽어가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방법이 없지도 않으니 차근차근 살릴 방법을 고민할 때다. 이륜차도 주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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