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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사설] ‘응급실 뺑뺑이’ 근본 대책, 필수·지역 의사 확충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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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대기실에 경증환자 진료 제한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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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이 늦어지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28일 내놨다. 119 구급대가 개별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하는 대신, 정부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병원 선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의료 자원만으론 정부 대책의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필수의료 분야와 비수도권에서 일하는 의사 수를 확충하지 않으면 국민과 환자들이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과 충청·전라·경상권 등 4개 권역 응급의료상황실에서 응급환자 이송 병원을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심정지 등 1단계와 호흡곤란 등 2단계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수술과 처치가 지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잇따랐지만 정부 대책은 더딘 편이었다. 환자를 이송하는 119 구급대와 병원의 환자 중증도 분류도 지난 2월이 되어서야 일원화됐다.



뒤늦게나마 중앙 정부 차원에서 환자 이송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응급실 뺑뺑이’ 우려가 한층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의료진 부족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이 축소 운영되면서 비롯된 문제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진료제한 메시지를 보낸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체 43곳 중 18곳(25일 기준)에 이른다. 집단사직 초기에만 해도 이런 진료제한은 10곳에 그쳤었다.



일단 정부 대책이 작동하려면, 실시간으로 각 병원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송 병원을 정해주더라도 해당 병원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필수진료 분야에 부족한 의사를 늘리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소방청에 따르면, 119 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재이송하는 가장 큰 사유는 ‘전문의 부재’였다. 의료 자원이 취약한 비수도권일수록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16일 경남 함안군에서 교통사고가 난 20대 환자는 수술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경기도 수원 소재의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경증 비응급 환자까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려 중증 응급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온 문제도 결국 지역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가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릴 것이 아니라 지역의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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