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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뉴욕다이어리]美 대학가서 번지는 反이스라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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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대학들이 반전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반(反)이스라엘 학생 시위대와 학교 당국,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경찰의 시위대 해산, 체포로 연행된 대학생만 400명이 넘는다. 일부 지역에선 경찰이 기마부대, 최루탄까지 동원해 과잉진압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는 시위대가 항의 차원에서 설치한 텐트로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졸업식까지 취소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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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시위는 뉴욕대, 예일대, 하버드대 등 동부를 넘어 서부, 미 수도인 워싱턴 D.C.까지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전쟁의 발단이었지만 이스라엘의 압도적 군사 대응과 이로 인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미국의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격렬한 반전 시위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발단은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다. 최근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대책을 요구받은 샤피크 총장이 반유대주의가 학교에 발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한 발언이 불씨가 됐다. 친팔레스타인 성향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샤피크 총장실 인근에 텐트를 설치하고 기습 농성에 들어갔다. 샤피크 총장은 시위대에게 철수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경찰에 해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 컬럼비아대에는 더 많은 텐트가 들어섰고, 시위는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나아가 학생들은 이스라엘의 전쟁을 돕는 기업들과의 재정적 결별을 대학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파는 기업 등과 거래 관계를 끊거나 이들 기업과의 투자, 연구 협력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유대계 자본이 대학에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유대인에 대한 위협과 반유대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최근 컬럼비아대를 찾아 반유대주의를 비판하고 샤피크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존슨 의장은 "광기를 멈춰야 한다"며 "우리는 이런 종류의 증오와 반유대주의가 캠퍼스에 만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시위가 진화되지 않으면 주(州)방위군까지 투입해야 한다고 해 시위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반유대주의적이라고 시위대를 비판하면서도 대학 캠퍼스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대학가의 반전 시위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아랍계, 젊은층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번 대학가 반전시위를 놓고 일각에선 68혁명과 시위 전개 흐름이 유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위주의와 기성질서를 거부하며 1960년대 후반 서구권에서 나타난 운동이 68혁명이다. 이번 반이스라엘 시위가 시작된 컬럼비아대에서는 1968년 4월 학생들이 베트남전 반대를 외쳤다. 당시에도 공권력이 투입돼 수백명의 학생들이 체포됐다. 그 해 역시 미국에선 대선이 있었다. 당시 대선에선 미군 파병을 결정한 민주당 소속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당선됐다. 최근 미 대학가의 반이스라엘 시위 전개 양상과 파급력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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