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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화약고 중동, 유가 상승 불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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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74_"중동 분쟁과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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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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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격 이후 벌어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연이은 보복 공격은 중동을 넘어 전세계를 긴장하게 했다. 과거 중동 지역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통상 국제유가는 상당 기간 급등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란과 이스라엘이 상대 영토를 처음으로 공격을 주고받은 초유의 상황에도 글로벌 원유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보복 사태 이후 고조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찾게된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중동 지역의 위기와 국제유가의 향방에 대해 전망해 봤다.


이란-이스라엘 충돌은 소강 상태, 가자 전쟁은 지속

지난 4월 1일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사령관을 포함한 13명이 사망했다. 보복을 예고한 이란은 지난 13일 300여대의 드론과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을 99% 요격했다고 밝혔으며 네게브 사막의 공군기지에서 일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본토를 상대로 직접 공격한 것은 사상 최초여서 상징성이 컸다.

이란의 공격 이후 지난 19일 이스라엘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중부 도시인 이스파한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소수의 드론과 함께 미사일 공격을 한 이스라엘은 이란 방공 시스템을 타격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을 모두 요격했다고 발표했으나 이스파한의 방공 시설에 일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란의 공격은 이스라엘과 미국 등에 의해 대부분 요격됐지만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을 소진시키면서 방어 능력까지 테스트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소모전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보복 역시 이란 영공 밖에서도 타격이 가능하며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인근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평가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맞대응성(tit-for-tat) 보복은 확전에 대한 우려와 미국과 국제사회의 만류 등으로 일단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상대 영토를 향한 공격을 주고받은 상황에서 언제라도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이스라엘은 심각한 인도주의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피난민이 모여있는 가자지구의 라파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고 레바논의 친(親) 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와의 무력 충돌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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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간) 새벽 미사일로 이란 내부 시설을 타격했다고 미국 ABC뉴스가 익명의 미 관료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이날 이스파한주 중부 공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날 이란에 미사일을 발사한 건 지난 14일 이란으로부터 대규모 공습을 받은 지 닷새 만이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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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리스크 불구, 국제유가 안정 찾은 배경은

상대 영토를 향해 이뤄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연이은 보복 공격으로 자칫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중동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단기적인 급등 후 빠른 속도로 안정세를 찾으면서 양측의 무력 충돌 이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이스파한 공격 이후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9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으나 무력 충돌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하락세를 보이면서 4월 22일 기준 81.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안정을 찾은 배경은 먼저 양측의 보복 공격이 제한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면서 확전을 피하려는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의 공격은 사전에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정보가 미국과 주변국에 어느 정도 공유됐다는 추정이 나온다. 또한 이란은 대부분의 공격이 요격됐음에도 곧바로 보복이 끝났음을 선언하면서 확전을 피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보여줬다. 이스라엘은 테헤란 등 이란 전역의 군사시설을 폭격하겠다는 계획을 결국 포기하고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확전을 피할 수 있는 제한적인 규모의 공격만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무력 충돌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에선 원유 공급이 중단되지 않았고, 생산 및 수송 인프라에 대한 타격이 전혀 없었다. 실제로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은 일부 군사시설을 타깃으로 제한된 타격만 주고받음으로써 원유 생산이나 유통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도 갈등에 연계되지 않는 등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은 고조되지 않았다. 사태 직후 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잠시 제기됐지만 이마저도 글로벌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됐다. 벨란다라 에너지 파트너스의 마니쉬 라지 사장은 "이번 교전은 석유 흐름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 시장을 흔들 만큼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우디 등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지속된 감산 탓에 추가 생산 여력이 충분한 데다 비(非) OPEC 산유국의 생산이 크게 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됐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OPEC 플러스가 감산 정책을 지속하자 미국은 셰일오일을 대대적으로 증산해 세계 최대 산유국의 지위에 올랐으며 국내 원유 재고를 확보해 유가 상승을 억제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270만배럴 증가해 시장 예상치였던 140만배럴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이외에도 캐나다, 브라질, 노르웨이 등 비OPEC 산유국들의 추가 생산 여력도 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의 부진도 유가 안정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중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부동산 부문 부채위기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게다가 0%에 가까운 중국의 소비자물가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해리 크루즈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소비자 지출을 짓누르고 취약한 일자리 전망과 경제적 불확실성도 가계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전망과 맞물려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중동 지정학적 위기의 향방과 국제유가 전망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가자 북부에서도 전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격돌 수위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24일 이스라엘 군은 드론을 동원해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후세인을 제거했고, 이에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포 공격을 감행했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과 이에 반대하는 친이란 무장세력들을 중심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 가능성은 낮은 만큼 국제유가도 현재의 수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확전은 막되 상대방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절묘한 방법을 찾아내는 싸움이 시작됐다. 우발적인 계기로 확전이 일어날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충돌이 확전 방지의 절충점을 찾아줄 귀한 정보를 제공해줬다는 점에서 전면전의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스라엘과 이란 정권 양쪽 모두 이 분쟁을 통해 일정 부분 유익을 얻고 있다면서 "양국의 무력 충돌은 이 정도의 양상을 유지하며 당분간 자전거 바퀴 굴리듯 할 가능성이 있다. 즉 분쟁의 극적 해소보다는 갈등과 긴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친이란 무장세력과의 무력 충돌이나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네타냐후 정권의 라파 공습과 친이란 무장세력 및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확전의 빌미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이 일단락 되면서 긴장 상황에 대한 우려는 이미 반영된 것 같다. IMF(국제통화기금)은 원유 가격이 수급 차원에서 전년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드라마틱한 무력 충돌이 없다면 현재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도 이스라엘과의 갈등만이 아니라 주변 아랍 산유국들과도 각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이란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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