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책의 향기]마오쩌둥의 이상주의가 낳은 집단광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화대혁명/리처드 커트 크라우스 지음·강진아 옮김/252쪽·1만5000원·교유서가

동아일보

중국의 경제개방 정책으로 고도성장을 이끈 덩샤오핑부터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의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중국 지도자들의 정체성을 형성한 공통 요소를 하나만 꼽는다면 문화대혁명일 것이다. 이들은 문혁의 틈바구니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였으며, 그 결과 살아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덩샤오핑의 무력진압 결정에는 문혁 당시 홍위병으로 대표되는 학생운동의 트라우마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를 계기로 문혁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치학자로 중국 정치와 문화의 상관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문혁이 중국 역사와 문화에 끼친 심대한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문혁은 부유한 자본주의보다 가난한 공산주의를 선호한 마오쩌둥의 이상주의가 낳은 집단광기였다. 주석이었던 마오쩌둥은 행정을 이끌던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의 온건한 시장주의 개혁이 진정한 공산주의 혁명과 유리돼 있다고 봤다. 이때 대중 동원의 천재였던 마오의 눈에 10대 청소년들이 들어 왔다. 이들은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 별로 없었기에 행동주의에 쉽게 경도될 수 있는 세대였다.

결국 마오의 조반유리(造反有理·모든 반항에는 나름의 정당한 도리와 이유가 있다는 뜻) 선동에 고무된 어린 홍위병들이 들고일어나 덩샤오핑 등 온건파 지도부를 축출한다. 저자는 당시 서구에서 들불처럼 번진 68세대의 반항적 대중문화가 마오쩌둥주의 광풍과 유사했다는 흥미로운 견해도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