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폭행-부양 거부, 상속제외 패륜에 넣어야”… 사회적 합의가 관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류분 제도’ 민법 개정 어떻게하나

법무부案 중대범죄-학대 등 규정

전문가 “부양의무 재정립 필요”

논란 커지면 입법 지연 가능성도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형제자매와 ‘패륜 가족’도 고인의 뜻에 상관없이 상속받을 수 있는 ‘유류분 제도’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 형제자매 유류분은 헌재 결정 즉시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입법이 필요 없다. 하지만 ‘패륜 가족’을 정의하고 유류분을 잃도록 하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입법이 더뎌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선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야 불필요한 혼란과 분쟁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 ‘패륜 가족’ 정의-범주 쟁점 될 듯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자녀나 부모를 학대·유기하거나 방임한 ‘패륜 가족’의 정의와 범주다. 법조계에선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수준’처럼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현행 민법은 부모 등을 살해했거나 유언서를 위조한 경우 등에 상속을 제한하고 있는데, 폭행이나 상해치사 등 다른 범죄 행위도 유류분을 제한하는 식으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범죄가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자녀·부모를 방치하거나 부양하지 않은 것도 ‘패륜 가족’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양육·부양을 하지 않은 가족도 유산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부가 2021년 6월 발의한 민법 개정안에도 ‘패륜 가족’의 상속권 박탈 관련 조항이 있다. 당시 법무부는 △미성년 자녀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부모 △부부간 부양 의무를 위반한 배우자 △피상속인과 배우자,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나 학대 등을 한 자 등을 피상속인이 원하면 상속권을 박탈시킬 수 있는 ‘패륜 가족’으로 규정했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일정 기간 유기하거나 방치한다면 유류분을 상실하는 사유가 될 수 있도록 기준을 넓혀야 한다”며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게 어떤 것인지 재정립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패륜 가족’의 정의와 범주를 두고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헌재가 제시한 시한까지 입법이 완료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21대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나 논의도 없었기 때문에 22대 국회가 문을 열어야 논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기존 판례와 다양한 경우의 수는 물론이고 전문가와 시민 의견까지 청취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병, 부양 등을 적극적으로 한 ‘효자’에게 상속 혜택을 더 줘야 한다고 헌재가 결정한 것에 대해선 입법이 쉬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 민법에 오랜 기간 같이 살거나 간호, 부양 등을 한 ‘효자’에게 상속 혜택을 더 주도록 하는 조항이 이미 있기 때문에 유류분에도 그대로 적용토록 법을 개정하면 된다.

● ‘구하라법’ 논의도 속도 붙을 듯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대 국회부터 계류 중인 이른바 ‘구하라법’ 논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가수 구하라 씨가 2019년 사망하자 어린 시절 집을 나갔던 친모가 상속을 주장하고 나섰고,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패륜 가족’은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이 발의됐다. 그러나 ‘패륜 가족’ 범주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며 폐기된 뒤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돼 논의 중이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여야는 구하라법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사위 야당 간사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견 접근이 거의 이루어졌다”며 “본회의 일정이 잡힌다면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