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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전략특허 58% 뚫렸다…뿔난 LG엔솔, '배터리 특허 전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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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LG에너지솔루션 특허 현황/그래픽=조수아


LG에너지솔루션이 '특허 무임승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당장 경쟁사가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특허수만 해도 580개며 회사측은 소송 등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 기업들을 겨냥해 '배터리 특허 전쟁'의 신호탄을 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막대한 로열티를 획득할 수 있는 특허 라이선스 시장 조성 효과도 노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불법적으로 특허를 사용하는 경쟁 기업들에게 소송과 경고 등의 방법으로 강경하게 대처하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김동명 사장은 "기업의 존속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랜 기간 이같은 입장 발표를 준비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회사 측이 보유한 특허(등록기준 약 3만2000건) 중 경쟁사가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특허' 수는 10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실제 경쟁사가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특허수는 580건에 이른다. 전략특허의 58% 수준이 이미 무임승차 대상이 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 전문가를 확보해 글로벌 소송 역량을 강화하고,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해외 오피스 역시 확대키로 했다. 동시에 특허 라이선스 시장 구축에 앞장서며 로열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특허풀(Patent Pool)을 통해 주요 특허를 단계적으로 라이선스화하고, 특허권 매각 등의 수익화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업계는 주로 중국 배터리 경쟁사들을 겨냥해 메시지를 낸 것으로 판단한다. 최근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이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며 기술 탈취 및 특허권 침해를 벌이는 일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특허 침해가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내 선도 배터리 기업이라 할 수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제적 조치를 취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LG엔솔 '특허권' 작심 승부수…中 견제하고, '로열티'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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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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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한 필수 요소는 지적재산권 존중이다. 엄중히 대응해 나가면서, 특허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수취해 미래 핵심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24일 '배터리 특허 무임승차'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며 한 말이다. 특허침해 금지소송 등을 불사하면서도 특허 라이선스 시장 구축에 따른 로열티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작심하고 '특허 전쟁'을 선언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적재산권(IP)에 대한 후발기업의 무분별한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업계에 만연해 있는 '특허 무임승차'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침해의 구체적 사례도 제시했다. 전기차 생산 기업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A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코팅분리막 △양극재 △전극/셀 구조 등 핵심 소재와 공정 등에서 특허 침해가 30건 이상 확인됐다. 전자기기 제조 기업들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B사의 경우 코팅분리막, 양극재, 전해질 첨가제 등에서 50건 이상의 특허를 무단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공급사 선택에 '특허권 준수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게 그동안의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더 이상은 시장 왜곡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허침해 뿐만 아니라 시장을 잠식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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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특허 침해 대응전략/그래픽=조수아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사실상 중국 경쟁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최근 중국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기술 투자를 급속히 확대하고 있으나, 무임승차 논란은 여전하다. 후발주자로 핵심 기술 확보가 늦었기 때문이다. LG화학 역시 최근 중국 양극재 기업 3곳 등을 대상으로 특허기술 침해 관련 조사를 신청했다. 중국 에스볼트 등이 삼성SDI와 SK온의 배터리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소송 등을 통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업계는 주시한다.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니켈코발트망간(NCM)은 물론이고 리튬인산철(LFP),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리튬망간산화물(LMO), 하이니켈 및 미드니켈, 실리콘계 음극, 원통형(46시리즈), 안전진단 및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폭넓은 분야에서 특허를 갖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수준의 R&D 투자를 하며 2만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 중이고, SK온 역시 파우치형 등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처음으로 특허 침해에 선전포고와 마찬가지인 메시지를 낸 격이어서 의미가 적잖다"며 "기술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면, 무임승차 기업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로열티를 통해 사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라이선스 시장을 선도할 경우 반도체 업계의 퀄컴처럼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대거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퀄컴의 경우 1년에 7조~8조원 수준의 라이선스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특허권에 대한 합리적인 로열티를 수취해 기술 개발 등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며 "후발기업은 정당한 특허권 사용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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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2023년 R&D 투자/그래픽=이지혜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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