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언어학사’ 펴낸 정광 교수
서울 중계동 연구실에서 만난 정광 교수가 최근 출간한 연구서 '동·서양 언어학사'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한글이 인도와 중국 언어학의 토대 위에서 나온 독창적 문자임을 밝히려 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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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거대한 작업으로 이어졌다. 최근 출간한 총 1000쪽 분량의 ‘동·서양 언어학사(史)’(역락) 2권이다. 인류 언어 연구의 역사를 기술한 저서로 한국인으로선 처음 시도한 것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아마 내 최후의 저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 고(故)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퇴임 후 오히려 더 활발히 연구서를 내는 ‘노익장 학자’로 꼽혔다. 2006년 퇴임 이후 자택 근처 서울 중계동 오피스텔 연구실에 틀어박혀 쓴 책이 ‘조선시대의 외국어 교육’ ‘한글의 발명’ 등 40여 권이다. “여기 앉아 있으면 만사를 잊어버리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뿐더러 몸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고대 인도에 고도로 발달한 언어학이 있었고, 이 거대한 호수가 동서 양쪽으로 강이 돼 흘러갔다”고 했다. 서쪽으로 전파된 뒤 서양의 그리스·라틴 문법이 나왔다. 동쪽으로 가서는 중국의 음성학과 성운학(聲韻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세종은 이렇게 고도로 발달한 인도와 중국의 음성학과 몽골의 파스파 문자까지 깊게 연구했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국제적인 언어학의 토대 위에 독창적인 형태로 더욱 발전시킨 것이 바로 한글이었습니다.” 조음 음성학의 이론에 근거해 초성 글자를 발음기관의 모양을 따 상형(象形)하는 놀라운 자형(字形)으로 만들었고, 모음의 중성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상형하는 등 독창적인 글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껏 언어학 관련 책을 쓰는 동안 사촌형인 정진석(1931~2021) 추기경이 준 ‘라틴-한글사전’을 비롯해 산스크리트어, 체코어, 불어, 독어, 일어 사전 등은 더 이상 쓸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져 버렸다. “이젠 나이가 있어서 또 책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거 우리말에 맞춰 쓴 관용 한문이었던 이문(吏文)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언어 중 공부하기 가장 쉬운 언어와 어려운 언어는 무엇이었나’란 질문에 그는 “가장 쉬운 언어는 자기 나라 말이고, 가장 어려운 언어는 일본어”라고 했다. “일본어는 표기법이 너무 복잡해 평생 마스터하기 불가능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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