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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해봤다] 김형태가 완성한 기막힌 짬뽕맛,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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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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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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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스텔라 블레이드'를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 짬뽕이 당긴다. 쫄깃한 면발, 아삭한 야채, 시원한 해물과 얼큰한 국물까지 각종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 풍성한 맛이 닮았기 때문이다.

액션과 서정, 아름다움과 잔혹함, 아날로그와 퓨처리즘, 사이버펑크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등 다양한 요소들로 뒤섞인 스텔라 블레이드를 한 마디로 정의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게임, '맛집'인 건 확실하다.

이브가 선사하는 강렬한 액션 쾌감

스텔라 블레이드를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미소녀가 검을 휘두르는 액션 게임'으로 치부하는 건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다. 이 게임은 여성 캐릭터의 몸매보다 더 눈길이 가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주인공 '이브'는 괴생명체 '네이티브'에게 점령당한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콜로니에서 내려보낸 강하부대원이다. 아름다운 건 주인공의 외모 뿐이다. 이브와 인류가 처한 상황은 늘 절망적이고, 흉물스러운 네이티브와의 전투는 잔혹하고 처절하다. 초장부터 예쁘다고 봐주는 게 없이 쉴 새 없이 몰아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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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황을 뚫고 나가는 강렬한 액션은 이 게임의 백미다. 이브는 가볍고 날랜 몸으로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구사하지만, 타격감만큼은 묵직하다. 경쾌한 액션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진동도 한 몫 거든다. 다른 요소들을 다 제하더라도 전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만큼 '손맛' 하나는 확실하다.

전투 시스템은 스타일리쉬 액션과 소울라이크를 섞어 놓은 방식이다. 강한 공격과 빠른 공격을 조합한 다양한 콤보와 '베타 스킬', '버스트 스킬' 같은 특수 공격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동시에, 적이 공격해 올 때는 정확하게 '패링'과 '닷지'를 구사해야 생존할 수 있다. 속도감 있는 전투에 소울라이크 특유의 긴장감을 얹어 지루할 틈 없이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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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 중의 백미'는 보스전이다. 외모부터 범상치 않은 보스들의 박력 있는 연출은 일반 적들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어렵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게 만드는 절묘한 난이도 조절도 놓치지 않았다. 적들이 약해지는 '스토리 모드' 와 전투 중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액션을 도와주는 '액션 어시스트' 같은 옵션이 있어 본인처럼 액션에 약한 게이머도 좌절하지 않고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액션 그 이상의 다채로운 재미

보더랜드, 데드 스페이스, 기어 오브 워, 젤다의 전설...스텔라 블레이드를 진행하며 떠올린 게임들이다. 아마 본인이 모르는 더 많은 게임들이 녹아있을 지 모른다. 게임을 계속 진행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스텔라 블레이드는 장르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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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선형적 진행으로 적들과 싸우고 퍼즐을 풀며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방식이지만, 인류의 마지막 도시 '자이온'이 등장한 이후로는 전혀 다른 게임처럼 변한다. 자이온을 거점으로 마을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해결하고 에너지원을 수집해 마을을 발전시키는 등 오픈월드식의 전개가 펼쳐지며, 동시에 메인 퀘스트는 던전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을 이끌어가는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볼륨이 확 늘어난다.

또한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캐릭터의 다양한 능력이 개방되고, 원거리 무기만 사용하며 슈팅 게임처럼 진행하거나, QTE(퀵 타임 이벤트, 버튼 액션)로 지형이 무너지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등 지역마다 색다른 재미를 주는 전개가 펼쳐진다. 전투 뿐만 아니라 다양한 탐험과 드라마틱한 연출로 다방면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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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수집 요소도 풍부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 외에도 진득하게 즐길거리 풍부하다. 취향에 맞춰 공격형, 방어형, 스킬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킬을 육성할 수 있고, 파밍을 통해 무기와 '엑소스파인', '기어' 등의 업그레이드를 노릴 수도 있다. 또 의상이나 헤어 등 외모를 꾸미기 위한 수집 요소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작가주의로 완성한 김형태표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는 곳곳에서 스타 일러스트레이터 출신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공들인 흔적들이 드러난다. 캐릭터 한 명 한 명, 배경 하나 하나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으며, SF, 무협, 웨스턴, 판타지 등이 뒤섞여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아트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게임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도 기존 서구권이나 일본 게임에서 느껴보지 못한 독특함을 풍긴다. 서정적인 BGM과 함께 깔리는 쓸쓸하고 애잔한 감성이 긴박하고 치열한 전투와 계속해서 엇갈리면서 독특한 감정을 자아낸다. 이렇게 '섞는' 맛이 스텔라 블레이드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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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대표는 스텔라 블레이드가 자신의 30년 게임 인생 동안 꿈꿔오던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게임 전반적으로 보면 많은 게임들에서 차용한 흔적들이 보이지만, 어느 한 게임을 모방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그리고 그 요소들이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내는, 스텔라 블레이드는 그런 게임이다.

개별적으로 떼어 놓고 보면 오리지널리티가 뛰어나거나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마치 여러 B급 영화들을 오마주해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 낸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처럼, 스텔라 블레이드는 '디렉터 김형태' 고유의 스타일이 묻어난다. 개인적으로 유행을 쫓거나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바라던 게임을 작가주의 정신으로 완성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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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출시되기 전부터 캐릭터에 대한 논란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직접 플레이해 본다면 좀 더 다양한 평가를 받을 만한 게임이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의 거짓'에 이어 완성도 높은 국산 콘솔 게임을 해볼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으로, 글로벌 무대에서도 선전하길 기대해 본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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