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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IPO 최대어’ HD현대마린, ‘자회사 상장’ 논란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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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이틀간 일반 공모청약

기관 대상 수요예측 201대 1 흥행

공모가 상단인 8만3400원 확정

HD현대 주가 두 달간 21% 하락

일각 “LG화학·LG엔솔 데자뷔

모회사 주주에 독 될 수도” 지적

“7년 전 결정… 문제없다” 시각도

기업공개(IPO) 비수기로 알려진 4월에 증시 입성에 도전한 기업들의 성적이 모두 호조세를 띤 가운데, 가장 큰 ‘대어’로 꼽힌 HD현대그룹 자회사 HD현대마린(HD현대마린)이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 나선다. HD현대마린 역시 좋은 성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모(母)회사인 HD현대 주주들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은 25∼26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HD현대마린은 2017년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선박 유지보수(AS) 사업을 분할해 출범한 HD현대 자회사다. HD현대그룹의 조선, 엔진, 전기전자 사업관련 보증서비스와 부품 판매, 기술 서비스 제공, 선박 연료유 공급 등을 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모회사인 HD현대(62%)로 나머지 38%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갖고 있다.

이날 HD현대마린은 공모가를 8만3400원에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HD현대마린은 공모가 희망밴드를 7만3300원에서 8만3400원에 제시했는데 상단으로 결정한 것이다. 앞서 이뤄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201대 1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감된 만큼 예상됐던 결과다.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도 흥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HD현대마린뿐 아니라 최근 IPO에서 나선 기업들은 큰 흥행을 보았다. 22∼23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한 바이오전문기업 디앤디파마텍의 경우 1544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8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가를 희망밴드(2만2000∼2만6000원) 대비 높은 3만3000원에 책정했다. 이차전지 검사장비를 만드는 기업 민테크도 공모가를 희망밴드(6500∼8500원)보다 높은 1만500원에, 초소형 이차전지 전문 제조기업 코칩 역시 최종 공모가가 희망밴드(1만1000∼1만4000원)을 넘는 1만8000원에 확정됐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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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흥행에 최대 대어인 HD현대마린도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IPO가 모회사인 HD현대 주주들에게 독이 된다고 지적한다. ‘쪼개기 상장’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8일 논평에서 HD현대마린 상장에 대해 “모회사 HD현대의 시가총액은 약 5조3000억원인데 상장 예정인 HD현대마린이 기대하는 기업가치는 약 3조2000억원에서 3조7000억원 사이로 모회사 일반주주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큰 사업 부분이 새로 상장되는 것”이라며 “2020년 물적분할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데자뷔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거버넌스포럼은 “HD현대마린의 투자설명서에는 60%가 넘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HD현대 주가는 계속 하락 중으로 19일 5만9400원을 기록, 두 달 전인 2월 5일의 7만5300원 대비 1만5900원(21.1%)이 하락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중복상장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며 “상장 결정에 의해서 모회사의 일반투자자들은 ‘나는 피해를 봤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보상과 같은)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내에서는 HD현대마린의 자회사 분할 결정이 오래전에 이뤄졌던 점을 들때 ‘쪼개기 상장’ 주장은 과도하다는 시선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금융위원회는 물적 분할 후 5년 내에는 자회사 상장을 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꿨는데, HD현대마린은 7년 전에 물적 분할이 이뤄져서 상장이 이뤄질 수 있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HD현대에서 큰 사업부를 뗀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단계에서 기업을 분할했던 것으로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면 모회사 주식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형·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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