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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조정식‧추미애‧정성호의 '명심 경쟁'…국회의장 '중립성'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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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22대 국회의장 선거를 앞두고, 차기 의장 선출권을 갖는 원내 1당 민주당 내에서 유례 없는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력 후보들 모두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내세우며 선거전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상 탈당이 명시된 만큼 중립성이 요구되지만, 후보 모두 '기계적 중립성은 없다'는 입장이라 향후 '거야(巨野) 입법 독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장은 관례상 원내 1당이 맡는데, 22대 국회에서 175석을 확보한 민주당 내 국회의장 유력 후보는 3명으로 압축된다. 당내 최다선인 6선 조정식 의원‧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5선의 정성호 의원 등이다.

이들 중 가장 노골적으로 '명심'을 내세우고 있는 이는 이번 총선까지 당 사무총장을 지낸 조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명심'은 당연히 저 아니겠느냐"고 말하며 '명심 경쟁'에 먼저 불을 붙였다. 조 의원은 "이 대표에게 국회의장을 준비하겠다고 했더니 '열심히 잘하라' 했다"고 말하며 이 대표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뉘앙스로 말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2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제가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궤적을 꽤 오래 같이했다"며 "중요한 일과 고비 때마다 많은 일을 함께 해왔는데 대표적으로 몇 가지 말씀을 드리면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됐을 때 제가 인수위원장을 맡아서 했고, 대선 때는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아서 대선 후보를 만드는 데 일조를 했다"며 이 대표와의 친분을 드러냈다.

차기 국회의장의 과제로는 "21대 국회가 무력화된 요인 중 하나는 대통령의 무차별한 거부권(재의요구권) 남발"이라며 "22대 국회에서는 거부권 남발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인 직권상정 카드를 활용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상임위원회 배정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 운영과 관계된 핵심적인 상임위원회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운영위원회(운영위)"라며 "이 두 가지는 이번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당연히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추 전 장관은 민주당 출신 전 국회의장을 비판하면서까지 '강한 의장'을 다짐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시절 갑자기 쭉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고 멈춰버려 죽도 밥도 아닌,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 당시 박병석 의장이 중재에 나선 것을 언급한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시대의 사명, 소명을 다하고 헌신하겠다, 이런 각오를 밝혔고 또 그럴 때 늘 소환돼 온 저였다"며 "그런 자세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기후위기나 민생법안 등 한편 미래를 준비하면서 또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 이런 것을 해내야 한다, 그런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바이파티즌(bipartisan)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초당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지, '그냥 눈치 보고 같이 합의해 오세요. 저는 빠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적을 갖지 마라, 이건 아니"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정성호 의원을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어떤 국회의장 후보께서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 영수회담(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회담) 의제가 되면 되겠느냐 하는 그런 엉뚱한 말씀도 하시고 그런다"고 했다. 정 의원이 전날 같은 방송에서 '이 대표가 영수회담 시 김건희 특검법을 회담 의제로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데 대해 비판한 것이다.

그는 "저러다 큰일 나겠구나. 또 180석 가지고 아무것도 안 할 때가 반복되는 거 아닌가, 이럴 수가 있는 것"이라며 "'이채양명주'를 내걸고 총선에서 많은 표를 받았기 때문에 이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면 이를 반드시 의제로 올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채양명주'는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따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및 주가조작 의혹을 아우르는 조어다.

추 전 장관이 견제구를 던진 정 의원은 '친(親)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릴 정도로 친명계 핵심 인물로 거론된다. 국회의장 선거 판세에 대해 민주당 최재성 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유력 후보가) 저는 정성호 의원 같다"고 하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원래 정 의원의 성품과 스타일이 이렇게 나서서 뭘 안 하는 분"이라며 "정 의원이 뛰어든다는 건 실제로 국회의장을 예약했다고 할까,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그는 "민주당 내에서 정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는 것에 대해 의원들이 하나의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로 인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 의원의 약점은 조 의원이나 추 전 장관에 비해 선수(選數)가 낮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전날 같은 방송에서 '관례상 최다선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관례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1980년 이전에 민주화되기 이전에는 그런 관례가 전혀 없었고, 지금 87년 이후에도 몇 번 최다선 의원이었는데 국회의장을 하지 않았던 분도 계시고, 그다음에 민주당에서도 또 4선 의원이 의장 되시고 또 5선 의원이 안 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조 의원이 "'명심'은 당연히 저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성격상 어느 분이 원내대표든 당대표든 국회의장이든 나간다고 했을 때 열심히 해보라고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누구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그러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국회의장 역할에 대해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면 다수당의 책임이 있고 입법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민주당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다음 선거에서의 어떤 승리, 이런 것에 대해서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되고, 그 바닥을 만들어줘야 할 책임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 후보 모두 '기계적 중립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냄에 따라, 누가 되든 22대 전반 국회는 국회 원 구성부터 법안 추진까지 모두 민주당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밖 야권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 의원은 이날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의장에 당선된 다음 날부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 국회의 의사정리권과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을 넘어 국회를 대표한다는 막중한 위치 때문"이라며 "그래서 '관행적으로' 당적을 보유하지 않는 영국·일본과 달리 우리는 아예 국회법으로 '의장의 당적보유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에서 정한 의장의 당적보유 금지 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국회의장 후보들은 당장 사과하고 그 자리에서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조응천 의원은 "지금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국가 의전서열 제2위인 국회의장의 위상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며 "총선 민심을 국회에 반영하여야 한다며 '기계적 중립은 없다',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한다'(정성호), '혁신 의장의 역할을 거부하지 않겠다'(추미애), '이재명 대표와 호흡을 잘 맞추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돼야 한다'(조정식)라고 소속 정당의 정파적 이익에 몰두하겠다는 말들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여야가 정파적 이익에만 몰두해 극한대립으로 치달을 때 잠시 멈춰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브레이크이자, 양보와 타협의 공간을 만들어 조정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조향장치"라며 "하지만 지금 민주당 의장 후보들은 이 브레이크와 핸들마저 떼어버리고 가속페달을 직접 밟겠다고 하는 폭주족의 모습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또 "명심을 등에 업고 국회의장이 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의장이 되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는 것이 2차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이 정도면 국회의장의 직분은 도외시한 채 국회의장의 자리만 탐하고 의전만 누리려는 소인배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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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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