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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35세의 저주’에 떠는 中테크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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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빅테크 경영난 속 30대 중반부터 해고

프로그래머들 '35세의 저주' 공포 시달려

중국 테크기업 '연령 차별'은 해묵은 문제

공무원 응시자격도 35세↓···"재취업 어려워"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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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 규제와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30대 중반 기술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0대 중반부터는 해고되기 쉽고 재고용도 어렵다는 공포가 번지며 ‘35세의 저주’라는 한탄도 나온다.

FT는 최근 중국 숏폼 플랫폼인 콰이쇼우(快手)가 30대 중반을 넘어선 직원들을 해고하는 ‘정리해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현직 직원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34세인 이 회사 직원 라오바이(가명)는 FT와 인터뷰를 통해 “35세 동료가 해고당하는 것을 보면서 내 자리도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충격과 불안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술 기업들이 젊고 미혼인 근로자를 선호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고령 근로자는 최신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열심히 일할 에너지가 없는데 몸값만 비싸다는 편견이 있어서다. 이른바 ‘35세의 저주’ 역시 꽤 오래 거론돼 왔던 현상 중 하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그 양상이 노골적이고 두드러진다고 F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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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국 빅테크의 경영진들은 젊은 직원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예전부터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마틴 라우 텐센트 사장은 2019년 회사 관리자의 10%를 구조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더 열정적인 젊은 인재, 새로운 동료들이 그들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리옌훙(로빈리) 바이두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역시 2019년 공개 서한을 통해 “1980년과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직원들을 더 많이 승진시켜 (회사를) 더 젊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최고위 경영진만의 생각이 아니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메이투안의 전 영업 관리자는 FT에 “20~30대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에너지가 넘치고 회사를 위해 기꺼이 전진한다”며 “하지만 부모가 되고 몸이 노화되기 시작하면 ‘996 일정’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996이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한다는 악명높은 중국 기술기업들의 근무 루틴을 의미한다.

기술기업은 직원 평균 연령도 많아야 30대 초반에 머문다. 중국 전문 네트워킹 사이트인 마이마이(Maimai)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틱톡을 소유한 바이트댄스와 전자 상거래업체 핀둬둬의 직원 평균 나이는 27세이다. 또 콰이쇼우의 직원 평균 연령은 28세이고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은 33세다. 중국 노동자의 평균 연령이 38.3세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젊은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빅테크의 경영난은 ‘35세의 저주’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인터넷 회사의 한 관리자는 FT에 “팬데믹 이전에는 기술 부문이 고속 성장했지만 이후 정부의 단속이 시작됐다”며 “이제 우리는 값비싼 관리 계층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콰이쇼우 역시 2021년 12월 기준 2만 8000명이었던 직원 수를 지난해 6월 16% 감원했고 최근에도 정리해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35세 이상 근로자들은 재취업 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은 공무원 시험의 응시 자격도 35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 서비스 부문도 젊은 지원자를 선호한다. 중국의 채용 플랫폼 자오핀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로그래머의 87%가 35세 이후 해고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형 기술기업에서 해고된 38세의 프로그래머는 FT에 “특히 나처럼 나이가 많은 엔지니어의 경우 취업 시장이 작년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토로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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