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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국회의장 되려면 경륜 있어야”→“박지원 본인 말인가”→“아주 잘 들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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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군 당선인, ‘정치시그널’에서 “그렇게 들으셨나”

세계일보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군 당선인이 22일 오전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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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출마 여부 질문에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거리 두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군 당선인이 22일 차기 국회의장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정치력·협상력과 투쟁력을 언급하던 중, ‘본인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아닌가’라는 라디오 진행자 반문에 “그렇게 들으셨냐”며 “아주 잘 들으셨다”고 뿌듯한 속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6선 의원들이 차기 국회의장 도전장을 내민다는 진행자 말에 “임채정 의장은 선수를 무시하고 경선에서 이겼다”고 답했다.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이던 ‘4선’ 임채정 의원은 제17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었다. 제21대 국회 전반기의 박병석 국회의장은 6선의 민주당 출신이었고, 후반기의 김진표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 5선 중진이다.

박 당선인은 “문제는 국회의장을 가장 잘할 사람, 정권 교체를 위해서 누가 국회의장이 되어야 하는가”라며 “국회의장은 지금 아무리 협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정치력, 협상력, 투쟁력도 갖춘 경륜이 있는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게 박지원 당선인인 것 같은데 그게 아닌가’라는 진행자 질문과 ‘아주 잘 들었다’는 박 당선인의 맞장구는 이 대목에서 나왔다. 올해 81세로 최고령 당선 기록과 함께 박 당선인은 ‘5선 고지’에 올라 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통상 5선 이상 중진 의원 중에서 비교적 계파색이 옅고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 맡아왔다. 국회의원들 투표로 결정되는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선출 후, 자신이 소속된 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국회 수장이 아니라 다른 나라 의원들이 우리나라에 오거나 반대로 순방에 나서면 각국 의원들을 만나 국가 간의 협력 방안 등도 논의하는 의회 차원 외교 역할 등을 수행한다.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는 직접 중재에 나서야 하고, 부의장과 함께 대통령 만찬에도 참석한다. 한마디로 안 하는 것 빼고 다 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이유에서 박 당선인이 협상력과 투쟁력 등을 갖춘 인물이 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들린다.

박 당선인은 지난 18일에도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유튜브 채널의 ‘박지원의 식탁’에 나와 ‘국회의장 출마 결심을 언제 할 거냐’는 진행자 질문에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보다 현 정권을 상대로 얼마나 거대한 정치력을 드러내느냐에 초점을 둔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이 대목에서 박 당선인은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일부 표를 흡수했던 ‘정치력’을 재차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박 당선인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지속해서 듣기 위해 노력하고, ‘노욕’이라는 지적을 불식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4·10 총선에서 총 161석 획득으로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한 민주당에서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만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누가 국회의장이 되느냐는 커다란 관심사다. 비례연합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의 합당 의결로 원내대표 선거가 있는 내달 3일까지 절차를 마무리하면 민주당은 총 175석을 갖게 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진행돼 유튜브에서도 생중계된 ‘당원과의 만남’ 생방송에서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을 당원들이 선출하게 해달라던 지지자들 메시지에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데 사실 위험하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책임 있게 뽑을 테니까 그렇게 하게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 회의체의 진행자이므로 국회의원들이 뽑는 게 맞다”면서도, “책임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를 의장으로 할 거냐’는 관심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의장인데 민주당 편을 안 든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면서다. 옆에 있던 박찬대 최고위원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는 식으로 갈 것 같다”고 반응했다. 당원들이 국회의장을 뽑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일부 의원의 표에 당원들 의견이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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