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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인터뷰] 자본연 강현주 “시장이 금리 방향성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진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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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이 우리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키울 순 있지만, 언젠가 금리를 낮춘다는 확신만 유지된다면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시장이 금리 방향성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중동 지역의 확전 여부가 관건입니다.”


이달 15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에서 만난 강현주 자본연 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점점 늦춰지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금리 인하가 ‘시기의 이슈’일 때는 별 문제 될 게 없지만, ‘방향성의 이슈’로 바뀌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 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은행 조사역과 오하이오주립대 강의조교를 거쳐 2012년 8월부터 자본연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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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4월 15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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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원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경제를 보면 소비와 산업생산이 견조하고 고용도 매우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주거비뿐 아니라 고용과 긴밀하게 연결된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supercore inflation)의 상승 압력도 여전하다”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의 올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5%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그러자 한때 기정사실로 여겨지던 6월 금리 인하 확률이 확 낮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를 밑돈다. 주요 투자은행(IB)이 예상하는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도 웰스파고가 5회에서 4회, 골드만삭스가 4회에서 3회, 노무라가 3회에서 2회로 각각 줄었다.

다만 금리 인하 횟수를 0회까지 확 낮춘 기관은 없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믿음 자체는 아직 유효하다는 뜻이다. 강 위원은 “미국의 성장세가 유지되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 주식·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의 양호한 성장세가 한국 수출 확대에도 영향을 주면서 일정 부분 상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실물경제가 받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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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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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를 방향성의 이슈로 바꿀 수 있는 변수는 무엇일까. 강 위원은 중동 지역에 다시 감도는 전운을 가장 큰 리스크 요소로 꼽았다. 그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많이 올라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수출이 다시 둔화하고 고유가가 내수를 제약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자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에는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지난 16일 국내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찍으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들짝 놀란 외환 당국은 1년 7개월 만에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후 안정세를 보이는 듯하던 환율은 19일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격 소식과 함께 다시 치솟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3원 오른 1382.2원에 마감했다.

강 위원은 외환 당국이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 확대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원화 약세는 원화 자체의 고유한 원인 때문이 아닌 달러 강세 탓인 만큼 외환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원화 가치를 교역 대상국 통화 대비 가치로 지수화한 개념인 ‘실효환율’을 살펴보면, 미 달러화 환율 움직임과 달리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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