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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의대 증원 대학 자율 조정”… 의정 대화 불씨 살리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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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이 증원분의 50∼100% 안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하도록 결정했다. 2월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한 지 73일 만에 정부가 그 규모 조정을 시사하면서 당초 2000명이었던 의대 증원분이 최대 1000명까지도 줄어들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다만 일부 국립대와 사립대는 기존 증원분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내년 의대 증원 규모는 1500∼1700명 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강원대, 제주대 등 6개 거점 국립대 총장들은 전날 의대 증원분을 반납하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형식을 빌려 한발 물러선 것은 의료 공백 사태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5일이면 전공의 대신 병원을 지키던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가 자동 수리되고, 이달 말이면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이 현실화된다. 다음 달까지 의대 증원분을 반영한 대입 전형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입시 현장도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서둘러 의정 갈등을 봉합하라는 민심도 반영됐을 것이다.

정부가 내년 의대 2000명 증원에서 한 걸음 후퇴한 데 이어 다음 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출범시킨다. 파국을 막을 협상의 불씨로 살려가야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정부의 제안을 일축하고 있다. 정부가 국립대 총장 뒤에 숨어 할 만큼 했다는 명분만 쌓으려 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의료계와의 협상에 임해야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정부와 일대일 협상을 요구하며 보이콧하고 있는 의료계도 일단 복귀해서 사회적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 의대 증원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교육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의료계가 독식할 의제가 아니다. 정부는 그간 의료계의 숙원인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의료 투자, 의료 사고 면책 등을 논의하자고 말해 왔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 철회만 고집하다가 의료 시스템의 누적된 문제들을 해결할 기회 자체를 잃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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