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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사설]용산 ‘비선라인’ 그림자부터 걷어내는 게 인적 쇄신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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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대통령비서실장’ 검토설을 대통령실 공식 라인이 부인한 이후에도 이 얘기를 일부 언론에 흘린 비서관이 “좌우로 인사풀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검토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공식 라인과 별도의 비선 라인이 대통령실에서 가동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총리-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공식 라인은 비서실장-정무수석-홍보수석이다. 세 사람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긴 했으나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는 당연히 업무를 계속 보고 있다. 공식 라인이 인선 과정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문제이고 공식 라인을 통하지 않으면 공개되지 않는 게 적절한 내용이 공식 라인 밖에서 공개됐다고 해도 문제다. 대통령실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일이 일부 참모의 언론 떠보기였다면 두 사람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총리 등의 자리에 적임자인지 의문인데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만으로 발탁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이 총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의 잘못된 보좌의 원인이 공식 라인 이전에 비선 라인 탓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식 라인의 경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건만 하더라도 여론이 좋지 않자 대통령을 찾아가 임명 철회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일과 결부시켜 보면 이 전 장관 인사를 비롯해 용산의 이해하기 힘든 결정들이 비선 라인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만하다.

김영삼 대통령 때 김현철 라인부터 박근혜 대통령 때 최순실 라인까지 비선 라인이 대통령의 실패에 미친 영향이 크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를 위해 야권 인사가 총리가 되고 정무 감각이 뛰어난 인사가 대통령비서실장이 되더라도 대통령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비선 라인의 개입이 계속되면 혼란은 전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은 합리성보다는 충성심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지 오래다. 이런 조직일수록 그 속에서 과도한 충성 경쟁이 벌어지면서 공식 라인과 별도의 비선 라인이 생기기 쉽다. 인적 쇄신은 대통령실에 비선 라인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정말 있다면 그것을 걷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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