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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등하교부터 목욕까지"…장애학생 모든 순간 책임지는 이들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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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앞두고 서울정민학교서 활동지원사 표창

"장애인 차별적 시선 가장 힘들어…인식 개선 절실"

뉴스1

서울 노원구 하계동 서울정민학교의 한 교실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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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이건 일이라고 생각하면 못 해요. 아이(장애 학생)를 돌보다 보면 딱 정해진 시간만큼만 볼 수가 없거든요 상황상. 저는 일이라 생각 안 하고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18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서울정민학교 교장실에선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두고 작은 행사가 열렸다. 장애 학생의 손발이 돼 일상의 모든 순간을 책임지는 활동지원사 2명에게 표창을 수여하는 자리다.

이날 표창을 받은 모범 활동지원사 김무선 씨(가명)는 서울정민학교 고등과정 3학년에 재학 중인 보형 군(가명)을 11년째 돕고 있다.

김 씨는 팔을 제외한 다른 신체를 움직이기 어려운 보형 군 곁에서 등·하교는 물론 식사, 목욕까지 함께한다. 맞벌이하는 보형 군 부모가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생활하기도 한다.

김 씨는 "아이가 뇌병변에다 지체 장애도 있어서 대변도 직접 손으로 처리해 줘야 하고 아무것도 혼자 할 수가 없다"면서 "일상을 전부 같이 보낸다고 보면 되는데 그래도 늘 우리 아이가 보고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영선 양(가명)의 활동지원사 이 모 씨도 이날 표창을 받았다. 중증도가 높은 영선 양은 매년 활동지원사가 바뀌었지만, 이 씨가 영선 양과 친밀해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한 끝에 함께한 지 어언 8년 차가 됐다.

이 씨는 "영선 양이 뇌병변 장애가 있어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어 잠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같이 보낸다"며 "의사 표현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은 못 알아듣는 부분도 알아들을 수 있어 대신 해주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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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하계동 서울정민학교에서 '모범 활동지원사' 표창을 받은 김무선 씨(왼쪽)과 이모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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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의 일상과 성장을 책임지는 보람과 사명감으로 일하는 이들이지만 힘에 부칠 때도 있다.

이 씨는 "전공과정(진로·직업교육과정) 학생이다 보니 신체가 큰 편"이라며 "학생이 점점 크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게 느껴지고 몸이 망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짬 내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쉬고 싶을 때 현실적으로 쉬기 어렵기도 하다.

김 씨는 "연가가 필요하면 대체인력을 보내는 제도는 있지만 학생이 낯선 사람은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연가를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고충보다도 장애 학생들과 함께하며 느끼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주말에 보형이와 지하철을 타고 공원에 가는데 보형이가 손을 뻗어서 탑승객 한 명을 잡았다"며 "그분이 뒤돌아서 보형이를 보고 장애인이니까 '에이씨'라고 말하더라. 항의하고 싶었지만 항의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도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혐오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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