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영원한 이방인’ 김윤신·‘소수자 조명’ 이강승…미술 올림픽서 빛난 K미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신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개막을 앞두고 사전 공개가 이뤄진 17일(현지시간) 비엔날레 본 전시 전시장인 자르디니 중앙관 전시장에서 김윤신 작가가 평생 몰두해온 나무 조각 등 대표작을 선보이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 선주민, 이민자 등 ‘이방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세계 최대 현대미술 축제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최근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K 미술’의 존재감이 한층 더 돌올해졌다.

20일(현지시간) 개막해 11월 24일까지 열리는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에는 역대 가장 많은 규모인 70여명의 한국 작가들이 본 전시, 국가관 전시, 병행 전시, 자유 참가 전시 등으로 행사 기간 동안 다양성과 역동성을 담은 ‘한국 미술 지도’를 동시다발적으로 펼친다.

베네치아비안날레의 첫 남미 출신 예술 총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외국인은 어디에서 있다’(Forieners Everywhere)를 주제로 내걸고 330명의 작가(팀)를 초청한 이번 비엔날레 본 전시에는 김윤신(89)·이강승(46) 작가와 이쾌대·장우성 두 작고 작가가 초청됐다. 본 전시에 한국 작가 4명이 초청된 것은 2003년(5명·팀)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페드로사 감독에 직접 발탁된 김 작가와 이 작가는 자르디니 구역 중앙관에서 대표작을 선보이며 세계 미술계 관계자들과 현지 관람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구순의 나이에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첫 입성한 김 작가는 사전 공개가 이뤄진 17일(현지시간) 전시장에서 엄지를 치켜들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그는 “이런 순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젊었을 땐 작업에 빠져 내 일만 하고 살았는데 앞으로는 작품을 통해 세계에 나를 완전히 내어놓겠다는 결심이 생겼다”고 했다.

작품 활동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40년간 창작 활동을 해온 김 작가는 이번 본 전시에서 4점의 나무 조각과 오닉스를 재료로 한 돌 조각 4점을 선보였다. 작품들은 낯선 땅에서 작업에 매진해온 ‘영원한 이방인’인 그가 남미의 나무라는 새로운 소재와 교감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빚어낸 과정을 압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 주제와도 상통한다는 평가다.
서울신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개막을 앞두고 사전 공개가 이뤄진 17일(현지시간) 이강승 작가가 자르디니 중앙관 전시장 바닥과 벽면에 선보인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개막을 앞두고 사전 공개가 이뤄진 17일(현지시간) 자르디니 중앙관 전시장 바닥을 가득 채운 이강승 작가의 작품을 미술계 관계자, 관람객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일찌감치 페드로사 감독에게 전시 제안을 받은 이 작가는 이례적으로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 등 본 전시장 두 곳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작업 성과를 인정받았다. 성소수자의 잊혀진 역사를 발굴하고 복원해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그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로 사망한 이들을 양피지 그림과 금실 자수, 성소수자 작가의 시를 옮긴 미국 알파벳 수화 등으로 형상화한 신작 등으로 전시장의 바닥과 벽면을 채워 보는 이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일깨웠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는 개인적으로도 퀴어(성소수자)이자 한국 밖에 사는 한국인으로 연결고리가 많은 주제”라며 “우리 모두가 지구상에 왔다 떠나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느껴보자는 제안인 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전시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신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개막을 앞두고 사전 공개가 이뤄진 17일(현지시간) 자르디니 한국관에서 구정아 작가가 전시 의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가 뒤에는 2분마다 향을 분사하는 디퓨저이자 공중에 띄운 브론즈 조각 ‘우스’(OUSSS).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개막을 앞두고 사전 공개가 이뤄진 17일(현지시간) 자르디니 한국관 전시를 감상하기 위한 전 세계 미술계 관계자,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는 한국관 앞은 구정아(57) 작가의 전시 ‘오도라마 시티’를 보려는 현지 미술계 관계자와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이어지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각국 국가관이 ‘아우성치듯’ 볼거리 전시에 전력을 다한 데 반해 그는 242.6㎡ 규모의 전시장을 비워 17가지 한국 고유의 향으로 채웠다. 전시장을 찾는 이들 각각의 기억을 소환하고 상상력과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여행 인도자’가 된 셈이다.

작가는 지난해 6~9월 입양아, 실향민 등을 대상으로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을 설문해 600편의 사연을 수집, 키워드를 분석한 뒤 16명의 다국적 조향사들과 협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향은 함박꽃, 장독대, 장작, 할머니집, 수산시장, 공중목욕탕 등이다. 은근하게 스며들거나 순식간에 코끝에 훅 끼쳐오는 향은 경계 없는 경험의 확장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한국관은 사색하고 교감하는 공간으로 처음부터 기획했다”고 했다.
서울신문

베네치아비엔날레의 공식 개막을 앞두고 사전 공개가 이뤄진 17일(현지시간) 본 전시 전시장인 자르디니 앞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베네치아비엔날레의 공식 개막을 앞두고 사전 공개가 이뤄진 17일(현지시간) 작가와 큐레이터의 전시 불참 선언으로 문이 굳게 닫힌 베네치아 자르디니 이스라엘 국가관 모습.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6개의 국가관이 운영돼 ‘세계의 현재’와 비껴갈 수 없는 비엔날레에서는 정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유독 높았다. 자르디니 정문 밖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비바 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 만세)을 외치며 전시장을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스라엘관은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관 작가와 큐레이터는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가 이뤄지면 전시관을 열겠다’는 안내문만 내걸린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미국관 등 전시장 주변에는 ‘대량 학살 국가관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담은 붉은색 팸플릿이 가득 흩뿌려져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2년에 이어 올해도 전시에 참여하지 않은 러시아 국가관은 볼리비아에 대여됐다.
서울신문

베네치아비엔날레의 공식 개막을 앞두고 사전 공개가 이뤄진 17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전시가 채운 러시아관 모습.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네치아 정서린 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