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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하루새 2년치 비 쏟아진 두바이… 인공강우 실험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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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전문가 “구름씨앗으로 폭우 일으키기 어려워”

조선일보

두바이에서 포르쉐 타이칸이 폭우로 침수된 도로를 뚫고 지나가는 모습. /@porsche_taycan


사막의 나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지난 16일 하루 동안 2년 치의 폭우가 쏟아져 도심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번 기상이변이 두바이의 인공강우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된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인공강우 원인설에 선을 긋고 있다.

인공강우는 구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구름에 요오드화 은이나 소금 같은 ‘구름씨앗’을 뿌리면, 구름씨앗이 구름 속의 물방울 입자들을 뭉쳐 비나 눈이 내리도록 하는 방법이다. 연 강수량이 90㎜ 안팎인 UAE는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간 인공강우 실험을 벌여왔다. 이로 인해 폭우의 원인이 인공강우 실험 탓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기상‧기후 전문가들은 인공강우가 비를 내리게 할 순 있어도 도심 일대가 침수될 정도의 폭우를 일으키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 국립 해양대기청(NOAA)의 전 선임연구원 라이언 모우에는 “두바이 폭우는 구름씨앗 파종때문이 아니란 걸 확신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그처럼 희박한 수증기에서 한번에 약 160㎜의 물폭탄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대기 기상의 힘은 크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구름씨앗 파종은 폭우와 홍수를 만들어내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힘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즉 구름씨앗은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구름대가 비를 더 빨리 내릴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한단 의미다. 따라서 인공강우 기술로 늘릴 수 있는 강우량은 최소량에 불과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마이클 만 교수는 “두바이 지역에 3개의 저기압대가 열차처럼 줄지어 제트 기류를 따라 이동했다”며 “이런 대기천의 이동이 페르시아만까지 이어져 이번 폭우로 연결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공강우 작업이 원인이라는 분석은 최근의 일기 변화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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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서 폭우로 침수된 차 문 손잡이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고양이를 구조하는 모습. /@ABZayed


기후학자들은 또한 이런 극단적인 폭우는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며,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도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프리데리케오토 교수는 “따뜻한 공기가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할 수 있다. 기후 변화로 날씨가 따뜻해면서 전 세계적으로 강수량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폭우에 관해 이야기할 땐 기후변화를 논해야지 인공강우에 초점을 맞추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AP통신은 “실제로 인공강우 원인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UAE국립기상센터는 “구름씨앗 파종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비가 오기 전 초기 단계의 구름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라며 “심한 뇌우 상황이 발생하면 파종 작업을 하기에는 너무 늦다”며 인공강우 원인설에 선을 그었다.

다만 미 서부나 UAE 같이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에선 적은 양의 빗물이라도 얻기 위해 인공강우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유타주는 콜로라도 강의 물부족 해결을 위해 지난 해 24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올해에는 예산을 10배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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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각) 활주로가 침수된 두바이 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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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인공강우는 대기질을 개선하거나 먹구름을 없애는 데도 쓰인다. 중국은 2008년 화창한 날씨에 베이징올림픽을 진행하기 위해, 개막식을 앞두고 구름씨를 뿌려 비가 더 빨리 내리도록 조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인공강우 실험이 주변 지역의 강수량을 줄인다는 부작용도 있다.

한편 두바이에선 지난 15일 밤부터 16일까지 최소 160㎜의 비가 내렸다. 이는 두바이의 18∼24개월 치 강수량에 육박한다. 이번 폭우로 수십 편의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었고, 도로가 물에 잠겻다. 대부분의 학교엔 휴교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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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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