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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韓 신약 개발 늘리려면 특허·약가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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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현상 前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단장 인터뷰
신약 개발 全 단계 걸쳐 제도 개선 시급

정부, 글로벌 임상 ‘투자’ 방식 지원
합리적 약가로 신약 가치 인정 필요
연장된 특허권 용도 범위도 명문화해야


매일경제

묵현상 전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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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외국계 제약사들만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하던 시절 국내 제네릭(복제약) 산업계의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들이 이제는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의지를 꺾고 있습니다.”

묵현상 전(前)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단장은 지난 15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신약 개발을 장려하면서 한편으로는 신약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기존의 제도 운용 방식 등을 지속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투자해 운영하는 KDDF에서 국가신약개발사업 초대 단장을 역임한 묵 전 단장은 최근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에 이사회 의장으로 합류하며 국산 신약 개발의 최전선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묵 전 단장은 신약의 개발부터 출시 준비, 출시 이후 등 전 단계에 걸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먼저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단계별로 정부의 투자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묵 전 단장은 “정부의 신약개발 지원은 얼리 스테이지(신약개발 초기단계)의 바이오텍에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는 그랜트 제공 방식이면 충분하고, 신약개발이 본격화하는 동물 독성평가 시점부터는 투자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특히 국내 제약기업들의 글로벌 임상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글로벌 임상 지원은 지원금이 아닌 투자금 개념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묵 전 단장은 영국의 BTG(British Technology Group) 모델을 성공사례로 언급하며 “투자 형태로 글로벌 임상을 지원한 정부가 신약 매출 발생시 일정 비율의 수익을 받는다면 매년 추가 예산 없이도 다른 신약을 지원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BTG는 지난 1981년 영국 정부가 지원한 연구개발 과제의 라이선스 아웃 등 상업화 지원을 위해 재무성을 대주주로 설립됐으며 이후 민영화해 영국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민간기업이 됐다.

또 신약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약가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내 신약 가격을 인정해야 신약 개발사들이 수익을 내고 다시 신약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며 “국내에서 책정된 가격이 해외 진출 시 당해 시장에서의 가격 책정에 레퍼런스가 되는 만큼 국내 약가가 특히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특허 제도 개선으로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의 권리를 탄탄하게 보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지난해 도입된 가출원 제도와 마찬가지로 한 번의 출원으로 여러 건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연속 출원’ 등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허권 존속기간도 문제다. 현행 국내 특허법상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최초 허가에 기초해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한데, 연장된 물질특허권의 효력은 ‘허가대상 물건의 특허법상 용도’에 미치는 것으로 실무상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특허권 효력범위의 기준이 되는 용도 범위가 명문화되지 않아 제네릭사들이 ‘적응증 쪼개기’ 전략을 활용해 신약의 제네릭을 조기 출시하는 근거로 악용하는 실정이다. 앞서 노바티스의 ‘가브스’, 바이엘 ‘자렐토’ 등이 이 같은 문제로 제네릭사들과 소송전을 벌였고, 현재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이 법적 분쟁 중인 상태다.

묵 전 단장은 “특허법의 해석이 달라지면 신약 개발사들이 이미 출시한 신약의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게 된다”며 “적응증을 늘려 오랜 기간 수익성을 지키며 더 많은 치료옵션을 제공해온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와 키트루다가 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네릭 기업들이 특허소송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손쉬운 경로를 차단하는 동시에 특허를 존중하며 신약에 ‘밸류 애드(가치 부가)’하는 방안을 고민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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